金美熙 <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greenpapaya2000@hanmail.net >

주말거리 시내를 걷다보면 내 스무 살 시절과 다른 풍경(風景)을 많이 본다.

젊은이들의 스스럼없는 스킨십, 외국인들과 데이트하는 젊은 남녀들, 가족들의 나들이, 노부부의 데이트….사랑 표현이 참으로 적극적이고 양성화되었다는 점이다.

난 연애주의자다.

그래서 긍정적이다.

시쳇말로 사랑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표어를 진리로 생각한다.

그 중에 으뜸은 오래된 사랑이다.

여름 저녁 거리나 아침 산책 겸 운동하러 나온 부부들이 손을 잡고 걷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부럽다.

예전 우리 엄마의 모습일까? 우리 어머니 시대는 남편 서너 걸음 뒤, 다소곳이 걷거나 아이들 관리에 남녀 애정사의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20여년 세월의 수많은 의미를 품은 그들의 애정이 부럽다.

연애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의 '연애'는 다른 듯하다.

'연애(戀愛)'의 사전적 의미는 '남녀가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사랑함'이다.

한자로 연(戀)은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이며 애(愛)는 '사랑,그리워하다'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변의 20대들은 사랑만 한다.

그리워하거나 애틋함이 없다.

과정이 없다.

결과만 있는 뜨거움만이다.

나무로 표현하자면 씨앗만 있다가 갑자기 나무로 돌변해버린 느낌이다.

씨앗에서 새싹, 다시 어린 묘목, 조금 큰 나무, 꽃 혹은 열매, 그리고 거목이 되는 과정이 없다.

물론 나무마다 시간에 따른 성장크기가 다르고 특정화되는 부분도 있지만, 세상엔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태아가 태어나서 아기가 되고 100일을 맞고 돌을 맞고 유아원에 가고 유치원생이 되고 10대를 맞아 20대의 성인, 30대의 이립(而立), 40대의 불혹(不惑), 50대의 지명(知命),결국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과정이 있듯이 세상엔 '과정'의 진리가 있다.

애틋해하고 그리워함은 사랑의 과정이다.

그것이 연애라고 본다.

연애는 된장, 간장이 익는 숙성과정이다.

나는 자주 연애를 한다.

따뜻하고 순한 연애도 하고, 암울하고 상처 많은 상대를 만나기도 하고, 격정적인 사랑도 하고, 로맨틱하기도 하고, 깊은 마음을 만나기도 한다.

물론 상대는 영화 작품이다.

작품 기획을 할 때부터 개봉할 때까지 내가 그 작품과 얼마나 많은 연애를 하는지에 따라 결과도, 만족감도 다르다.

요즘엔 작품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문어발 연애를 한다.

지치기도 해서 가끔 사랑만 해준다.

그래서 후회도, 미련도 많이 남는다.

사랑하지 말고 연애를 하자.

개인적으로도 중년이 되어 따뜻하게 손잡을 사람도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