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1일 강재섭 신임 대표를 비롯한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함에 따라 '포스트 박근혜'체제를 정비하고 내년 대선을 향한 본격 준비에 나서게 됐다.

새 지도부는 일상의 당 운영 외에 대선 경선을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 후보 간,대선 주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강 신임대표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강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친(親) 박근혜' 인사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강한 견제가 예상된다.

○소장파 지도부 입성 실패=이재오 의원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강 대표는 여론조사에서 이 의원에게 7.4%포인트가량 뒤졌다.

그러나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월등하게 앞서 승기를 잡았다.

소장파 단일 후보로 나섰던 권영세 의원은 6등을 기록,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전여옥 의원은 여성몫 최고위원으로 '떼어 놓은 당상'이었으나 4위를 차지했다.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선 강 대표보다 앞서 대중성을 입증했다.

강창희 전 의원은 원외임에도 지도부에 들어감에 따라 당내 충청권 대표주자로 우뚝서게 됐다.

정형근 의원은 5만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중앙위 위원장직이 큰 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위원단에 강 대표와 전 의원 등 '친박' 성향의 인사들이 포진했다는 게 두드러진다.

강 전 의원도 강 대표와 가까워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입지 강화=강 대표의 최대 과제는 경선 후유증을 털어내는 것이다.

대선 후보와 연계돼 있는 계파들을 끌어안아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리전' 공방이 일면서 대선 주자 간 갈등이 격화됐다.

경선 막판 이 전 시장과 이 의원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반감'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대선 후보 간 앙금은 쉽게 치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 대표와 이 의원이 경선에서 유력 대선주자들을 등에 업은 형국은 당 분열의 요인이 된 셈이다.

강 대표는 일단 이를 수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당 분열 양상이 심해지면 한나라당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도 경선 전부터 '심판형' 대표가 되겠다며 대선 경선의 공정 관리를 천명했다.

그러나 최고위원단에 '친박' 인사뿐만 아니라 이 전 시장과 친한 이 의원이 들어가 있어 갈등의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강 대표는 내년 6월께로 예정된 당 대선 후보 경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강 대표체제에서 대선 후보 선거인단의 4분의 3이 새로 선출된다.

이에 따라 이 전 시장측이 이 의원을 통해 강력하게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 의원은 경선 뒤 "특정 대선 후보의 대리가 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겠다"고 '친박'측에 경고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