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의료산업선진화전략'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았던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이 유보됐다. 정부가 몇년 전부터 의료분야 등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해왔던 것을 떠올리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 따로 없다.

대신 정부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의 외국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행태나 성과 등을 지켜본 뒤 의료기관 영리법인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법인 설립은 빨라야 200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의료기관 영리법인화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결정에 대해 정부는 비용절감을 위한 의료의 질 저하, 불필요한 진료 증가, 의료분야 고용 감소, 병상 과잉 공급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클 것이란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영리법인화를 허용한 국가들은 그런 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결코 아니다. 부작용이 어느정도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말로는 의료산업 선진화를 떠들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대며 핵심을 비켜간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 연간 1만명 수준인 외국인 환자를 2008년 5만명, 2015년까지 40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외국인 환자유치 알선 허용, 입국 절차 간소화, 치료 목적 외국인 입국자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키로 했다는데 솔직히 그것만 가지고 되겠는가. 의료허브를 내세운 싱가포르 등 경쟁국들의 경우 그런 것은 기본이고 보면 도대체 무엇으로 경쟁을 하려는지 알 수 없다. 의료기관 영리법인화를 주저하다가는 외국인은 고사하고 내국인들이 고급 의료서비스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더욱 고착화(固着化)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왜 모르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는 의료기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몇가지 유인책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실손형(보충형)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의료산업 선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거센 개방의 물결에서 우리 의료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