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립대학들은 눈물겨운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신입생도 없고 좋은 교수도 채용하기 힘듭니다.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 이 자리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총장님들이 많습니다."(한일장신대 정장복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전국 대학총장 하계 세미나.

교육부가 160여명의 총장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한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종서 차관이 교육부 정책을 설명하고 나자 정장복 한일장신대 총장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25년간 서울 소재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다가 지방에 내려와보니 건학이념이 좋은 사립대학들조차 문을 닫을 판"이라며 "교육부가 인가를 내준 학교들인데 당장 경쟁에서 뒤진다고 고사시킬 것이냐"고 되물었다.

정 총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도 모두 지방 사립대 총장이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정부가 외국인 학생 5만명을 국내에 유치하라며 지방대학에 '스터디코리아' 정책을 독려하고 있는데,사립대는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적은 지방 국립대와 경쟁하기 위해 외국인 학생들에게 장학금 형태로 등록금의 30~50%를 감면해 주고 있어 재정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남식 전주대 총장은 "모든 대학이 신축 건물을 지을 때마다 건설교통부에 기반시설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건축비가 5% 늘어난다"며 "대학평가에서 교육 인프라 확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초·중·고교처럼 면제해 줘야 되지 않느냐"고 건의했다.

쏟아지는 요구에 대한 이 차관의 답변은 매번 비슷했다. 앞으로 대학의 2분의 1,혹은 3분의 1만 살아남을지 모르는 만큼 대학이 생존하려면 특성화를 추구하고 경쟁력을 높이라는 원론만 되풀이했다. 더욱이 한 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일선 대학 총장들의 얘기를 들어보겠다던 이 차관은 무려 30분 이상을 교장승진제와 교원평가제,공영형 혁신학교,대입 내신반영 비율 50% 등 교육정책을 '홍보'하는 데 할애해 총장들의 불만을 샀다.

한 대학 총장은 회의장을 떠나면서 "교육부는 총장들의 고언을 '늘 하는 얘기' 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무늬뿐인 '대화의 시간'을 더 이상 가질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제주=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