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양극화" 하지만 결혼식장과 장례식장만큼 부익부빈익빈이 심한 곳도 흔하지 않다.

하객과 조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있는 반면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롭고 초라한 곳도 있다.

상부상조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있는 집'보다 '없는 집'에 많이 가주면 좋으련만 현실은 늘 반대다.

하객이나 조문객 수도 그렇지만 축하화환이나 조화(弔花)는 더하다.

어떤 곳은 하나도 없는데 어떤 곳은 온통 빽빽하게 늘어놓고도 자리가 모자라 도착 즉시 이름 적힌 리본만 떼고 치우느라 법석이다.

조화는 그나마 2∼3일이라도 두게 되지만 축하화환의 명(命)은 1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화환이 그득하면 근사하고 세(勢)는 과시될지 모르지만,누가 보냈는지 확인하고 정리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낭비다" "바꿀 때도 됐다"고 토로하는데도 좀처럼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까닭은 다양하다.

'늘 그래 왔다''없으면 쓸쓸해 보인다''다른 사람도 한다''축의금 대신 보낸다' 등이다.

개인과 회사,기관의 각종 행사에 축하 화환이 즐비해지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또한 몰리는 데만 몰린다.

결혼식이나 기념식에서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주자는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는 가운데 취임식 때 축하화환 대신 이웃돕기 쌀을 받은 지자체장들이 있다는 소식이다.

취임식에 외부인사를 초청하는 별도의 행사와 축하화환이 왜 필요한지 의아한 마음이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면 버리는 데도 돈 드는 1회용 화환이나 조화보다는 주위의 힘겨운 이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쌀을 받는 게 나아 보인다.

물론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안받으면 좋겠지만 전혀 없으면 썰렁할 테고,그렇다고 누구 건 받고 누구 건 거절하긴 곤란하다''쌀가게는 좋겠지만 꽃가게는 어쩌란 말이냐''화환 값은 관행상 비용 처리가 가능하지만 쌀은 그러기 힘들다'등.다 맞는 말이지만 화환의 부익부빈익빈은 고칠 때도 됐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