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 롯데백화점 1층 '랑콤' 매장.

거울 앞에 앉은 여성 고객의 얼굴 위로 스쳐가는 남자의 붓놀림이 미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손의 주인공은 '랑콤'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전원배 과장(33).

전 과장은 프랑스계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코리아'의 대표 브랜드 '랑콤'에서 7년째 일하고 있다.

전 과장은 3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랑콤' 메이크업 아티스트 경연 세미나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만점을 획득하면서 수석을 차지했다.

그의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타가 공인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기술보다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항상 깨어 있는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는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도 많이 보고 신문 잡지 등을 통해 헤어나 패션쪽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아무리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첨단 유행이라 하더라도 고객의 눈에 차지 않으면 그 메이크업은 실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 과장은 고객과의 대화를 제일 중시한다.

"이쪽 업계를 보면 자기 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아티스트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일수록 고객을 자연스럽게 리드하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전 과장의 길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형과 누나가 모두 미술을 전공할 만큼 예술적인 감각을 타고난 그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인문대학에 입학했지만,결국 '장이의 끼'를 버리지 못하고 중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 특수분장을 배우기 위해 극단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급여가 일정치 않은 연예인 코디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99년 외국계 화장품 E 브랜드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선발에 뽑혀 아티스트로서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1년 뒤 '랑콤'에 스카우트됐다.

'랑콤'으로 옮긴 이유에 대해 그는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었고 '랑콤'의 색조화장품이 워낙 다양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연봉에 대해선 회사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 최고수준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급여보다 매달 맘대로 스케줄을 짜서 휴일을 즐길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라고 은근히 회사자랑을 한다.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간 역할 분담까지 담당하고 있다.

팀원인 김혜진씨(31)는 "아티스트의 개성이 강해 각자의 컬러를 한데 녹여내는 일이 쉽지 않는데 전 과장은 특유의 차분한 리더십으로 팀을 잘 이끌고 있다"고 평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직업적 전망에 대해 그는 "화장품을 고르는 국내 소비자들의 안목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소비자의 수준이 높으면 당연히 전문가의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에 외국어만 잘하면 해외진출 길도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심은 있지만 망설이는 남자후배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오히려 섬세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도 빠릅니다.

아티스트라는 화려함을 좇기보다 미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

메이크업 아티스트 되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2년제 전문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전공할 수도 있고, 화장품회사나 방송국의 부설교육기관 또는 각종 메이크업 관련 사설학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설학원의 경우 보통 교육기간이 3~6개월이며 길게는 1년 정도의 과정도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관련된 국가기술자격증으로는 미용사 자격증이 있고, 민간자격으로는 한국메이크업분장예술가협회에서 시행하는 메이크업 분장가 2,3급 자격증이 있다.

시험과목은 실기와 필기가 병행되며,메이크업 분장가 2급의 경우 메이크업부문과 분장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화장이 전문이지만 실무에서는 헤어디자인이나 코디네이션도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미용에 관련된 지식을 배워두면 도움이 된다.

메이크업이 미술과 관련이 많은 만큼 미대 출신이나 미술 관련 전공자가 유리하다.

평균임금은 2005년 기준으로 2478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