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의 최종 당선자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이 먼저 웃었다.

지난 2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의 당선자 발표가 5일 이후로 미뤄진 가운데 선관위의 예비집계 결과 친시장적인 집권 우파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멕시코 통화인 페소화가 급등하고 주가와 채권 가격도 모두 크게 올랐다.

승부가 여당쪽으로 이미 기울어졌다고 간주한 '안도 랠리'인 셈이다.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외환시장에서 페소화는 전일보다 2.2% 오른 달러당 11.0925페소를 기록,2000년 7월3일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정확히 6년 전인 2000년 7월3일은 현 폭스 대통령이 당시 71년간 집권해온 제도혁명당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이 확정된 날이다.

주가도 급등,멕시코 볼사지수는 이날 4.8% 올라 20,060.82에 마감됐다.

채권가격 역시 크게 올라 멕시코 국채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한 2033년 만기 국채 가격은 전일보다 0.7% 상승했다.

멕시코 외환 및 금융시장이 모두 호조를 보인 것은 선관위의 예비 개표 결과 집권당인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가 좌파인 민주혁명당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소폭 앞선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이날 예비개표 프로그램을 이용한 개표 결과 여당의 칼데론 후보가 36.38%를 득표,35.34%를 얻은 오브라도르 후보를 1.04%포인트(40만2708표차)로 앞섰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같은 개표 결과는 잠정적인 것이며 5일 정밀 재검표를 실시,6일이나 돼야 최종 당선자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개표 결과에 대해 칼데론 후보측은 대선 승리를 선언한 반면 오브라도르 측은 벌써 불복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오브라도르측은 "예비 개표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는 데다 선거부정 의혹도 있다"며 "여러 의문이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을 경우 선거 결과를 바로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멕시코 현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친시장적 성향인 칼데론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일시 호전됐으나 만약 오브라도르측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고 이에 따른 불복 시위 등이 벌어질 경우 페소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는 등 외환 및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ABN암로의 외환 전략가인 그렉 앤더슨도 "이번 주 말까지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멕시코 외환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선거가 시작되기 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저소득층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강화를 공약한 좌파 오브라도르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되면서 하락세를 지속,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4% 이상 하락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