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씨(45)가 29일 금강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납북설을 정면 부인했다.

김씨는 "납치도 자진월북도 아닌 대결시대 우연적으로 일어난 돌발적 입북"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1978년 8월5일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선배들의 폭행을 피해 쪽배에 숨었다가 조난당했으며,망망대해에서 북측 배에 구조됐다면서 "알고보니 북측배였고 남포항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며칠 동안은 잠도 못 자고 밥 맛도 없었지만 북측 사람들의 친절함과 특별대우에 마음이 풀어졌다"며 "북에서 무료로 대학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고 다시 가야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여기서 공부 좀 하고 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세월이 흘러 28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첫 부인이자 일본인 납북 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에 관해 "우울증에 의한 정신분열로 1994년 4월13일 병원에서 자살했다"고 밝혔다.

일본측이 유골을 넘겨받은 후 가짜라고 판정한 데 대해선 "졸렬하고 유치한 주장"이라며 "나와 메구미에 대한 모욕이고 참을 수 없는 인권유린"이라고 말했다.

또 딸 은경(혜경의 본명)에 대해선 "일본에 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고 스스로도 가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통일 관련 중요한 직책에서 일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며"북이 불가피한 정황 속에 나를 도와주기 위해 데려왔고 박해한 것 없고 오히려 특별대우를 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으나 얘기가 이어지면서 표정이 굳어졌으며 "나와 내 가정 문제가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14차 남북 이산가족 특별상봉에서 재회한 모친 최계월씨와 누나 영자씨를 8월 아리랑 공연 행사 때 평양으로 초청한다고 밝혔다.

또 "아직은 시기가 되지 않았지만 기회가 조성되면 고향에 가보고 싶다" 말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