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빅뱅을 불러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이 입법예고됐다.

이르면 2008년부터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업 등을 한꺼번에 취급하는 금융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금융상품에 관한 각종 규제도 과감히 풀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骨子)다.

이 법이 도입되면 증권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되면서 업계에 엄청난 파급영향이 초래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엄격히 분리돼 있는 금융산업의 업종간 벽이 허물어지고 다양한 금융파생상품까지 도입할 수 있게 되면 업종간 업체간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냉엄한 적자생존(適者生存) 게임이 전개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까닭이다.

이 과정에서 수익원 다양화와 자본력 확충을 통해 성공적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기업은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부상하게 되는 반면 시장 적응에 실패하는 기업의 경우는 도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은 여간 시급한 게 아니다.

위탁수수료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십개 업체가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난립해 출혈경쟁을 일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인수합병(M&A) 같은 굵직굵직한 투자은행(IB) 업무는 대부분 외국계 회사에 빼앗기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다.

따라서 이 법이 시행될 2008년 하반기까지의 유예기간 동안 업계는 세밀한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차질없이 실행에 옮기는 등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경주(傾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급히 대형화를 이뤄내는 일이다.

앞으로의 시장 판도는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 분명할 뿐 아니라 자산규모가 세계적 기업들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IB부문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IB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5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업계 스스로 대폭적인 자본 확충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형화를 추진하기 힘든 처지의 중소형사들은 인수업무나 중개업무 등 특정 분야에 집중적으로 힘을 기울이는 전문화 전략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