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행진 속에 일부 주유소들이 할인가격이 마치 정상가인 것처럼 가격판을 내걸어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운전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이 같은 행위는 관련법에 의해 불법으로 명시돼 있지만 지도.감독권이 있는 행정기관은 사실상 단속의 손을 놓고 있다.


◇ 운전자 속이는 가격판 = 1번국도를 통해 서울 집에서 수원 회사까지 통근하는 안모(33)씨는 최근 수원 파장동 1번국도변 S주유소 가격판에 써진 '1478원'을 보고 운전대를 돌렸다 낭패를 당했다.

싸다는 생각에 기분좋게 신용카드를 내줬지만 주유원이 돌려준 영수증에는 1ℓ당 40원이나 더 비싼 '1518원'의 가격이 찍혀 있었던 것.

이 주유소 가격판은 가격을 나타내는 흰색 숫자만 크게 표시돼 있고 '카드할인'이라는 글씨는 배경과 같은 녹색으로 써 있는데다 크기마저 작아 안씨 같이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은 도저히 알아볼 수 없다.

이런 불법 가격표기는 수원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어 팔달구 지동 P주유소 또한 도로 쪽에 내놓은 3개의 가격표시판 모두 1529원의 정상가격 위쪽에 제휴카드 할인가인 1469원이 눈에 쉽게 띄도록 표시돼 있다.

회사원 윤모(52.안양시 만안구)씨는 "회사차로 경기도 전역을 다닐 일이 잦은데 객지에서 기름이 떨어지면 급한 마음에 할인가를 잘못 보고 들어가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법을 제대로 지키는 쪽도 고심중이다.

수원 장안구 연무동 K주유소 사장은 "손님을 한명이라도 더 끌어야 하는 판에 다른 데서 편법 가격판을 설치해 놓은 것을 보면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 할인가격 위로 올리면 불법 = 현행법에 따르면 제휴카드 할인가를 위로 올리거나 할인가가 마치 정상가격인 것처럼 표기한 주유소는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

산업자원부 고시 제2003-83호(2003.12.12)를 보면 주유소는 할인가격을 표시할 때 정상가격보다 크기를 크게 하거나 위로 올릴 수 없으며 심지어 색깔도 다르게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물가안정법 제29조 1항에서 규정하는 과태료 처분 대상이 돼 1회 적발시 시정권고를 거쳐 2회 100만원, 3회 300만원, 4회 이상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산자부 고시에는 석유판매업 등록권을 가진 시.군.구청에 소비자신고센터를 설치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고 주유소들의 불법행위를 감시토록 규정돼 있다.


◇ 단속건수는 '전무' = 하지만 지자체 소비자신고센터는 이름만 있을 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올해가 절반 가까이 지났지만 수원.성남.안양시 소비자신고센터는 아직 단 한 건의 주유소 가격표시위반 사례도 적발하지 않아 주유소들은 법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150곳이 넘는 수원시내 주유소를 돌며 불량석유류 단속과 함께 가격표시 위반사례 단속을 병행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현장시정 위주로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는 "지역 유지가 많은 주유소를 단속하는 데 행정기관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강력한 단속은 기본이고 단속 주유소의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