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23일 새벽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자국팀이 브라질에 완패하자 일제히 이같이 전했다.

1무1패의 전적으로 세계최강 브라질을 2점차 이상 이기지 않는 한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 집과 음식점 등에 모여 밤샘 응원에 나섰던 일본인들은 한 마음으로 '기적'을 염원했지만 호나우두를 앞세운 삼바군단 브라질의 막강화력 앞에서 자국 대표팀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자 허탈해했다.

교도통신은 '기적 없어, 일본 1차리그 패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은 1승도 챙기지 못하고 최하위에 그쳤다"며 16강 진출이 무산된 사실을 전했다.

닛칸스포츠는 "일본이 1대4로 브라질에 완패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출신 지쿠 감독은 "첫 경기였던 호주전의 패배가 아팠다"며 "축구의 세계는 냉정했다"고 토로했다.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郞) 일본 축구협회 회장은 "(일본팀이) 승부에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그보다 먼저 기술적인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며 "한계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기자들로부터 경기 결과에 대한 소감을 요구받고 "유감스러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일본인들은 자국팀이 졸전 끝에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좌절하자 월드컵의 엄연한 벽을 실감하면서도 좀처럼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런가 하면 같은 아시아국가인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언론인은 "대표팀의 기둥인 나카타 히데토시와 다른 선수들 간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소문이 많았다"며 "결국 팀워크의 실패가 대패로 이어진 것 같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일본 정부의 한 인사는 "아시아팀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며 "한국팀이 선전해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워달라"고 했다.

논픽션 작가인 오사다 나기사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근본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일본 선수는 정신적인 면에서 약하게 느껴진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해 독창적 플레이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