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연대 압축성장을 뒷받침했던 서강학파가 반시장경제에 맞서 다시 뭉친다.

서강대학교는 시장경제 발전을 위한 연구와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장경제연구소'를 개설한다고 22일 밝혔다.

서강학파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표방하고 있는 이 연구소는 성장론을 확산시켜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27일 개소식에는 서강학파의 태두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현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는 물론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김종인 국회의원(전 청와대 경제수석),김병주 명예교수 등 서강학파 인맥들이 총출동한다.

남덕우 전 총리는 특히 '시장 경제의 이론과 실제'를 주제로 강연까지 할 예정이다.

재계의 '시장경제 전도사'로 불리던 손병두 총장도 자리를 함께한다.

초대 소장을 맡은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경제의 기본 기능을 훼손시키는 이념의 확산으로 경제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연구소는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우선 참여정부의 정책을 분석하고 시장경제의 원리에 비춰 유효성을 따져보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특히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하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경제 주체들의 경제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짚어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강학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남덕우 당시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재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을 계기로 형성된 그룹.대기업 및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한 성장 및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면서 한국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이승윤씨,김만제씨,김종인씨 등도 남덕우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아 재무장관,경제부총리,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차입경영 정경유착 등 압축성장에 따른 모순이 부각되자 급속히 퇴조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청와대 386 세력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서강학파를 폄하하는 글을 게재해 적지 않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압축성장,그 신화는 끝났다'는 글을 통해 "세칭 서강학파 계열의 경제학자들이 불균형 전략을 경제이론으로 뒷받침해줬다"며 "이는 압축성장이 지속불가능한 성장 모델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며 서강학파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서강학파 인맥들은 당시 청와대의 비난에 대해 "일고의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남 전 총리가 직접 선진화포럼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참여정부는 분배와 사회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별로 한 일이 없으면서 과거 정권 탓만 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