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노릇을 하느라 백발이 된 게 아니에요. 쌍둥이 딸들 덕에 이렇게 됐어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 연설에서 털어놨다는 얘기다.

농담이었다지만 진담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10대 때부터 음주 단속에 걸리는 등 끊임없이 말썽을 피워온 두 딸로 인해 속깨나 끓인 탓이다.

큰 딸 제나는 음주 허용연령(만 21세)이 되기 전 남의 신분증으로 술을 산 혐의,작은 딸 바버라는 술 소지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벌금을 물고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엔 또 제나가 잔뜩 취한 채 남자들 사이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사진이 공개돼 아버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미국 대통령이 이런 지경이니 이땅 범부들은 오죽하랴.중고생 딸을 둔 아버지 가운데엔 요즘 월드컵 거리응원에 나선 딸을 좇아 밤새 빨간 옷을 입은 10∼20대들 틈에서 서성거린다는 마당이다.

"한밤중에 애만 내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는 아내의 등쌀에 떠밀리기도 하지만 걱정스런 마음에 도리없이 따라나선다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는 그러나 흔하지 않다.

대부분은 '사느라 바빠서'혹은 '애들 일은 아내가 알아서 하려니' 믿고 무심하게 지낸다.

자연히 자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한다.

말을 붙여보려 해도 "됐어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하면 머쓱해져 더이상 할 말을 찾기 어렵다.

자식과의 대화도 기술이 필요한데 어쩌다 얘기를 하려니 말이 안통하는 까닭이다.

결과는 자명하다.

집에 돌아와도 아이들은 제 방에서 나오지 않고 어쩌다 마주쳐도 눈 인사 정도만 하곤 방으로 쑥 들어가버린다.

온갖 수모를 감내하면서 죽을둥 살둥 일해 키운 자식들에게 '왕따'가 되는 셈이다.

영국도 사정이 비슷한지 정부에서 '아버지 지침서'를 낸다는 소식이다.

칭찬의 말,보호 감독법,소통법 등을 담는다는 얘기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딸과 아들 모두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한다.

자식을 위해서는 물론 왕따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 역할을 재강구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