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교역조건이 10년간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수입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출상품과 서비스의 상대가격을 뜻하는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경상수지가 악화돼 GDP 성장세를 떨어뜨린다.

체감경기 부진의 원인도 되고 있다.

무역손실을 발생시켜 소득(GNI)이 생산(GDP)에 못 미치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에는 상품교역조건이 7.4%나 악화되면서 GDP의 3%가 새나갔다.

교역조건과 관련해 나쁜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향후 교역조건 악화 정도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수입 측면에서 교역조건 악화의 주범인 유가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호조로 인해 앞으로도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원유생산시설에 대한 폭격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지난해와 같이 연평균 유가가 46%나 오르는 폭발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화 강세가 예상되는 점과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는 중국의 수입증가세가 높다는 점도 교역조건 개선 요인이다.

둘째, 상품교역조건과 달리 서비스교역조건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서비스 교역이 상품 교역의 20% 수준에 불과하며 개선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전체 서비스교역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운수 및 통신서비스의 교역조건 개선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으며 보험, 기타 서비스 등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물론 당장 교역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이다.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원자재를 수입해서 공산품을 수출하는 무역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공산품의 상대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장기적 추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까지 감안하면 교역조건 악화로 인한 무역손실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소수의 산업에 치우친 수출형 성장을 지속한다면 향후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개별 산업의 업황에 따라 수출수요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커지는데다,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후생감소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가격수용자가 아니라 IT와 철강 등 일부 산업 부문에서 국제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수출물량을 늘리면 국제가격 하락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간 균형발전이 요구되고 있으며, 내수 촉진을 통해 수출과 내수간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도 우리 경제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에너지 소비구조 재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 증가세는 매우 높은 수준이며 따라서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노력이 배가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에 힘입어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송부문이나 가정·상업부문의 에너지 효율 제고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앞서 보았듯이 교역조건 악화는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에 두루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만 우려할 뿐 아직까지 교역조건 자체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당장의 현안이 널려 있어 비교적 장기적인 성격을 띠는 교역조건 개선 문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는데다 본질적으로 외생성이 강하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산업발전의 방향과 속도를 감안하면 교역조건이 반드시 장기적인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며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과 수입이 교역조건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는 점에서 내생성도 강해지고 있다.

교역조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