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6일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호주 맥쿼리생명과 맺은 이면계약의 업무방해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조기행사해 대한생명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한화의 행보에 힘이 실리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이날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원심을 확정했다.

김 부회장은 전윤철 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뇌물 15억원을 건네려 한 혐의와 이부영 전 의원측에 3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맥쿼리생명에 인수자금 300억여원을 빌려주고 외형상 대생 인수 컨소시엄에 참가한 것처럼 꾸민 사실과 관련,공정한 입찰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한 항소심을 받아들였다.

한화그룹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한생명 인수 과정이 법률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면계약으로 인수 본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예금보험공사의 주장이 근거없음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한화는 또 "예보는 길게는 1년여의 시간을 끌고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무의미한 국제중재 신청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당초의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한화는 법원이 "맥쿼리와의 약정으로 인해 입찰의 공정을 방해한 것은 아니며,대생 인수가격을 예보에 불리하게 변경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시한 만큼 국제중재에 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약서상 준거법으로 국내법을 따르기로 명시한 만큼 뉴욕 국제중재원이 법원의 이번 판결을 그대로 준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화는 중재로 갈 경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배임으로 ㈜한화의 주주들로부터 주주대표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만큼 콜옵션 가격 조정은 있을 수 없다"며 가격 조정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는 예보의 방침에 반발했다.

또 "대한생명 주식을 보유한 ㈜한화의 주가하락 등 피해에 대해 예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예보 관계자는 "이면계약 여부를 떠나 뇌물을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 유죄를 판결받은 자체가 입찰을 방해했음을 입증한다"며 "형사판결은 무의미하며 국제중재를 신청하겠다는 방침은 달라진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화측이 주장하는 콜옵션 행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법무법인 선정 등 중재신청 준비를 계속 하겠다"고 강조했다.

판결 이후 한화는 곧바로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나 예보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콜옵션 행사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콜옵션 행사도 결국 중재를 통해 해결된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태웅·정인설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