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꿈꾸며 대학 진학을 앞둔 한인 고교생이 바닷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미국 사회에 적지않은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클레어몬트 고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5시40분께 LA 인근 헌팅턴 스테이트 비치에서 물놀이하던 이 학교 졸업반 이태호(18)군이 같은 학교 친구인 클리프 위앤(17)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끝내 익사했다.

고교 재학중 마지막 여행이라며 같은 학교 친구 12명과 놀러갔던 이군은 물가에 있다 바다쪽 10m 떨어진 곳에서 중국계인 위앤군이 '살려달라'고 외치며 허우적대자 물에 뛰어들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박진석(18)군은 "갑자기 수심이 깊어져 태호에게 '911 구조를 요청하자'고 했지만 태호가 시간이 지체된다며 기어이 물에 들어갔다"면서 "나중에 911로 전화를 해 10분만에 구조대가 왔지만, 이미 태호는 사라졌고 클리프는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으며,이군의 시신은 사고 발생후 약 1시간만에 인근 해역에서 다이버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군은 15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미 전국 SAT 성적 상위 1만명에게 주는 우수성적상과 사회과목상을 수상할 예정이었다.

10살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군은 어머니와 둘이 생활해왔고,어머니는 충격이 너무 커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 가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에 입학할 예정이던 이군은 축구와 농구,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매주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클레어몬트 고교측은 교내 체육관 옆에 영정을 걸어놓았으며, 재학생들은 헌화와 함께 게시판에 그를 그리는 글들을 적고 있다.

학생들은 또 14일 오후 1시부터 차량 세차 캠페인을 통한 모금활동을 펴고 있으며 학교측은 15일 졸업식때 이군 추모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 학교 캐리 앨런(62) 교장은 "숨진 태호군은 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열심히 교회 활동에 참가하는 등 모범이 되는 학생이었다"며 "너무나 아까운 인재를 잃어 교직원 모두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군은 "대학에서 함께 의사가 되자고 기숙사 룸메이트까지 약속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구조된 클리프와 그의 가족들도 어쩔줄 몰라하며 눈물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