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인 강변에 마련된 야외응원장은 월드컵 개막 이후 초대형 전광판으로 생중계되는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이곳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코스타리카,영국-파라과이전은 물론 다른 도시에서 경기가 있는 날에도 2만∼3만명씩 강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자부문 공식 스폰서(후원업체)인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하지만 필립스가 월드컵 스폰서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소는 사실상 야외응원장과 경기장 두 곳이 전부다.

오히려 '독일에선 LG전자가 월드컵 마케팅에 있어 한수 위'라는 평가가 대세다.

"적어도 독일에선 우리가 낫다"고 말하는 LG전자 독일법인 직원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미 지난해부터 독일 대표팀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펼쳐온 전략적 마케팅의 성과 때문이다.

독일 대표선수들과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이 담긴 LG전자 광고는 요즘 독일 TV와 일간지 잡지 등은 물론 주요 도시공항과 도로변,대형 건물 등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쫙 깔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달 초 뮌헨공항 한쪽을 뒤덮은 가로 173m,세로 19m짜리 래핑(Wrapping) 광고.클린스만 감독과 올리버 칸 등 대표팀 선수들이 PDP TV,휴대폰과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베를린 공항 중앙엔 높이 12m짜리 타워를 세워 드나드는 사람들이 'LG'를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했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프랑크푸르트와 뮌헨공항 전 탑승 게이트에 300여대의 PDP TV를 로고와 함께 설치했고,주요 도로변과 대형건물에도 대형 옥외광고를 내걸었다.

월드컵 기간엔 독일 대표팀 선수들이 담긴 전시물을 중소 전자유통점 800곳과 대형 양판점 200곳에 깔아 독일인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판촉전에 펼치고 있다.

안길석 독일법인 부장은 "광고 효과는 이번 마케팅에 들어갈 1000만유로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독일에서 출시된 초콜릿폰의 돌풍에도 디자인,품질과 함께 '대표팀 광고'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월드컵 마케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이런 광고 전략이 독일축구협회의 제안으로 먼저 시작됐다는 점.독일축구협회는 2004년 중순 상당한 금액을 요구하며 LG측에 계약을 요구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오히려 느긋하게 시간을 끄는 작전을 펼쳤다.

당시는 독일이 '유로 2004' 예선에서 탈락하며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던 시기.당연히 리스크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요구액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LG전자는 다양한 요구사항을 반영시키고도 처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독일팀이 잇따라 패하거나 비겨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을 때 LG전자 독일법인 직원들은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다행히 개막전에서 독일은 에콰도르에 4대 2 대승을 거뒀다.

이 소식에 직원들은 독인인들보다 더 기뻐했다고 한다.

"혹시나 하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요.

정말 춤이라도 추고 싶습니다." 개막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독일법인이 있는 뒤셀도르프에서 걸려온 전화 목소리는 흥분돼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독일)=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