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

8년에 걸쳐 물을 연구한 후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일본 사람 에모토 마사루는 물에 대한 흥미로운 여러 얘기들을 들려 준다.

밝고 상쾌한 곡조로 된 베토벤의 교향곡 '전원'을 들려주면 물이 아름다운 결정체로 변하고,쇼팽의 '이별의 곡'을 들려주면 일그러지는 모습을 현미경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고 있다.

"고맙습니다" "정말 예뻐" 등 감사와 사랑의 말을 들려주면 아름답고 잘 정돈된 결정체가 되고,"망할 놈" "죽여버릴 거야" 등 증오와 저주를 퍼부으면 추한 모습으로 바뀌는 사진도 있다.

밥의 경우 "망할 놈" 하고 욕먹는 밥보다 아예 무시당한 밥이 빨리 썩는 실험 결과를 보고 증오보다 무시가 더 큰 상처를 준다고 했다.

선거사상 유례가 없이 여당이 참패한 지난번 5·31지방선거의 결과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는데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원인이라고도 하고,국민을 무시하는 당국자들의 오만이 원인이라고도 하는 등 여러 말들이 회자하고 있다.

선거결과에 놀란 여당은 부동산정책의 재검토를 제기하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정부당국자들은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종합부동산세 도입이 논의되던 지난해 4월 이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다케우치 야스오는 '정의와 질투의 경제학'에서 질투는 때때로 정의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고 했다.

10억엔을 번 부자에게 9억엔의 세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왜곡된 정의'는 '질투의 산물'이고,'질투의 산물'은 능력 있는 사람과 경제활력의 해외 유출을 초래하고 결국 남아있는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인식과 목적과 원칙이 착오된 종부세는 다수를 앞세운 '질투의 경제학'이다."

"부동산 불패라는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기 위해"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세금벼락'이라고 불린 8·31 부동산대책이 나왔던 지난해 9월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국가권력은 합법적인 폭력으로 인식되지만 국가권력의 억압적 폭력성은 시민의 동의가 없으면 시민은 저항권을 가진다.

'폭력'의 강도가 지나쳐 합법성이 훼손됐던 독재권력에 저항해 왔던 우리에게 저항권은 친숙하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장치는 종합부동산세 수입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 '이해관계집단'을 만들고 이 집단의 '저항권'을 담보로 하겠다는 것이라 한다. '가해자'는 실패한 정책당국자와 이를 악용한 투기꾼이고 아파트 한 채에 눌러 앉아 '세금폭탄'을 맞은 보통 시민은 '이해관계집단'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다."

올해 5·31지방선거 직전 정부고위당국자가 8배가 올라도 "아직 멀었다"면서 "25억원짜리 집은 5000만원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다음과 같이 썼다.

"25억원짜리 아파트에 5000만원의 보유세가 부과된다면 연봉이 1억원이라 하더라도 소득세 25% 정도 내고 나면 가처분 소득은 2500만원이 되어 아파트관리비를 감안하면 떠나야 한다.

떠나면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물 수밖에 없어 집 한 채에 눌러 앉아 사는 사람은 이래도 저래도 세금벼락을 피할 길이 없다.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질서에 역행하는 정책은 지속불가능할 뿐 아니라 고율과세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일어나는 경기위축의 일차적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

떡메로 곱사등을 치면 곱사야 고쳐지겠지만 사람이 죽는다.

뜨거운 가슴으로 만들어진 종합부동산세의 귀착점이 무엇일지 걱정된다."

물도 증오를 당하면 알아차리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물보다 못하겠는가.

세금 내는 국민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내야 감사와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겠는가.

세금을 다뤄본 경험에서 우러나온,진정으로 정부당국자들을 위한 충정 어린 글들이 모두 무시돼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