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자동차 조사기관인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2006년 신차품질조사(IQS)는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토크쇼의 웃음거리였던 현대자동차가 도요타 혼다 BMW를 제치고 포르쉐와 렉서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브랜드가 단시일 내에 명차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과 이를 뒷받침하는 R&D(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꼽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02년 매출액 대비 3.1%에 불과했던 R&D 투자비를 지난해 6.2%로 2배 올린 데 이어 올해는 6.5%로 증액키로 했다.

○R&D 인력 대폭 확충

현대차는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 인재부터 대폭 확충하고 있다.

현재 6500명 정도인 국내 R&D 인력을 중장기적으로 1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고,해외 R&D 인력도 400명에서 1200명 선까지 늘리기로 한 것.

현대차는 우선 국내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인 ㈜NGV와 함께 2003년부터 맞춤형 산학협력프로그램인 '연구장학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매년 연구장학생으로 뽑힌 180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실습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등 매년 약 40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차량설계와 자동차 부품 제작 등 현장 실무교육 위주로 교육을 받는다.

특히 현대차는 2004년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서울대에 '차세대 자동차연구관'을 열기도 했다.

135억원이 투입된 차세대 자동차연구관을 통해 능력있는 이공계 학생을 선점하는 동시에 산학협력을 통해 미래형 자동차 개발을 앞당긴다는 게 현대차의 구상이다.

○글로벌 R&D 네트워크 구축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에 맞는 전략 차종을 개발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인 예.현대차는 △캘리포니아 치노연구소(품질확보 및 연비개선) △캘리포니아 얼바인 디자인연구소(디자인) △미시간 디트로이트연구소(연구개발 총괄) △모하비 주행시험장(성능 시험) 등 현지 R&D센터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미국 현지에 적합한 차량을 개발하면 앨라배마공장에서 이를 생산하고,LA 미국판매법인이 판매를 맡는 토털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차는 이 밖에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독일 프랑크푸르트)과 일본(일본 도쿄 지바)에도 R&D 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친환경 R&D 강화

현대차가 최근 들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R&D 분야는 바로 친환경 기술 부문이다.

환경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데다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등 친환경-고효율 자동차가 향후 자동차업체의 성패를 가를 핵심 경쟁요소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9월 600억원을 들여 '환경기술부문 통합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은 연료전지,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 개발뿐 아니라 △배기가스 저감 및 연비 향상 기술 개발 △리사이클 향상과 중금속 대체재료 개발 △제품생산 중 발생하는 오염 저감 기술 개발 △에너지 폐기물 재활용 기술 개발 등 환경과 관련된 전 부문을 독자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현대차는 작년 11월에는 R&D 메카인 남양연구소 내에 '자동차 리사이클링 센터'를 준공했다.

폐차 및 중금속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건립한 이 연구소는 제품 개발에서부터 생산,폐차 처리 및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유럽의 재활용 기준인 85%를 넘어 2015년까지 95% 수준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