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전통적으로 뉴스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규제 대상이 돼왔다.

더 나아가 방송매체 자체가 강한 규제를 받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정치와 산업논리간의 방송정책 갈등을 유발하는 근원에 뉴스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방송의 정치적 성격을 고수하면서 산업적 속성을 수용해야만 하는 규제기구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산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우리 방송뉴스의 특성과 의미를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뉴스는 방송의 가장 핵심 부분이기는 하지만 산업적으로 별로 매력적인 장르가 아니라는 점이다.

첨단 기술과 장비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결국 인적 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다른 장르에 비해 재활용성은 대단히 낮아,콘텐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뉴스장르에 대한 별도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위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까지는 아니더라도,뉴스원을 재활용 또는 가공하는 다각적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우리 방송에서 뉴스는 지상파방송과 뉴스전문채널의 독점력을 지탱하는 근원이라는 점이다.

종합편성 방송이 사실상 뉴스를 취급하는 방송사들이고,방송법상 의무전송채널들이 주로 뉴스를 다루는 채널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뉴스를 허가받은 소수 방송사업자들의 특권적 전유물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다양성이 절대 요구되는 뉴스 장르에서 시청자들의 선택기회가 도리어 억제돼 왔다.

셋째,뉴스의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엄격한 진입장벽만이 모범답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소수 지상파방송 시대의 규제논리들이 더 이상 효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더구나 채널이 세분화되면서 뉴스도 전문화되는 것이 추세다.

그렇다면 정치와 거리가 먼 정보들을 정치적 뉴스와 분리해 다양화와 경쟁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정치관련 뉴스도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방송 뉴스의 보편적 혹은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기존의 낡은 '뉴스-비뉴스' 틀을 버려야 뉴스장르의 다양화와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즉 산업 활성화와 시청자 선택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된 뉴스 관련 조항들은 산업적으로나 시청자 이익으로나 모두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뉴스편성이 가능한 기존 방송사들의 독점력을 더욱 증가시킬 수도 있으며,뉴스의 범위와 종류까지 규제해 뉴스 콘텐츠활성화를 도리어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금 미국에서 보고 있는 200여개 케이블TV 채널들을 보면,솔직히 영상콘텐츠 천국이라고 하는 미국조차 얼마나 콘텐츠 부족에 고심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기본 혹은 표준 서비스 채널들이 장르별 채널들에서 다시 제공되고 있고,심지어 초등학교 시절에 보았던 '월튼네 사람들' '초원의 집' '보난자' 같은 프로그램들이 하루종일 반복 방송되고 있다.

지상파독과점과 이에 편승하고 있는 다채널 TV들의 의존전략으로 극심한 콘텐츠 부족을 실감하고 있는 우리에게 미국의 현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한 상태에서 네트워크 고도화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국이 잘 보여 주고 있다.

하물며 최첨단 네트워크 국가라고 하는 우리 방송정책이 도리어 콘텐츠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면, 국가적으로는 물론이고 방송·통신융합 논의과정에서 방송규제기구의 위상에도 별로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 텍사스대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