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문화재 반환, 實利 능사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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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던 조선왕조실록이 반환된다고 한다.
일각에선 북관대첩비를 비롯한 최근 몇몇의 성공적 사례와 함께 이번의 개가로 문화재 반환운동에 탄력이 붙길 기대하는 것 같다.
공식집계로도 2만9000여건에 달하는 문화재들이 여전히 일본열도에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실록 환수결정은 이례적으로 전격적이다.
93년을 버텨온 불량한 양심이 '15일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양심선언'을 한 셈이다.
"일본에 양심세력이 건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름 만의 전격적 결정을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공식 협상주체는 아니지만 이미 환수위원회가 구성돼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 도쿄대는 서둘러 '손쉽고 조용한 방법'을 택했다.
아울러 서울대와의 협상 과정에서 양교는 각각 '기증'과 '환수'라는 표현을 나누어 쓰는 '관용'을 베풀면서 '미덕'을 발휘했다.
일본의 진의를 의심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서울대의 실리위주 결정을 비판하는 소리가 높다.
물론 실리론을 일방적으로 타박할 수만은 없다.
국제적으로 약탈 문화재의 무조건적 반환이 무척 어려운 일이란 점을 생각하면 일단 줄 때 받아놓자는 생각을 탓할 수는 없다.
물론 올해 들어서도 이탈리아가 오벨리스크를 에티오피아에 반환하고,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문화재 여러 점을 이탈리아에 반납했다는 낭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센 반환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약탈 문화재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은 요원하다.
문화재 보존 및 보호를 위해 유네스코는 약탈 문화재의 반환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반환을 성사시키는 것은 인도주의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다.
1993년 한국을 방문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반납 가능성을 비쳤을 때 이 제안이 고속열차 판매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반환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반환합의에 이르고도 상대국의 양심과 성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문화재 반환이다.
10여년간의 긴 논란 끝에 합의에 이르고도 러시아 소재 독일 문화재는 아직 반환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실리를 좇아 이루어진 이번 결정을 온전한 마음으로 지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반환 문화재는 다름 아닌 일제강점기에 약탈자들에 의해 자행된 파괴와 약탈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문화재이기에 반환은 단순히 조상들의 값진 유산을 되찾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불행한 과거사를 확인하는 기회이며 적어도 '이웃'의 유산을 둘러싸고 과거에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기증'이란 표현으로 쟁점을 흐리는 도쿄대의 태도에서 반성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약탈에 대한 일말의 도덕적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는 '기증자'의 태도에서 반환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문화재는 한 나라의 문화사적 증거로서 원소유자들의 손에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모든 세계 약탈 문화재들은 원위치로 돌려져야 한다.
그러나 반환을 추진하면서도 역사의식은 결여한 채 "우리의 문화재는 우리의 안방으로"라는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이는 문화재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무조건 원위치로 돌려놓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져와 박물관 속에 모셔둘 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오히려 약탈당한 유물 반환을 요구하면서 오스트리아 빈의 한 박물관 앞에서 가망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한 무리의 멕시코인들에게서 진정한 문화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지나친 이상론일까? 조속한 성사가 능사는 아니다.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를 통해 문화재는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나아가 문제의 당사자들은 새로운 동반자로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됐던 조선왕조실록이 반환된다고 한다.
일각에선 북관대첩비를 비롯한 최근 몇몇의 성공적 사례와 함께 이번의 개가로 문화재 반환운동에 탄력이 붙길 기대하는 것 같다.
공식집계로도 2만9000여건에 달하는 문화재들이 여전히 일본열도에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실록 환수결정은 이례적으로 전격적이다.
93년을 버텨온 불량한 양심이 '15일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양심선언'을 한 셈이다.
"일본에 양심세력이 건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름 만의 전격적 결정을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공식 협상주체는 아니지만 이미 환수위원회가 구성돼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 도쿄대는 서둘러 '손쉽고 조용한 방법'을 택했다.
아울러 서울대와의 협상 과정에서 양교는 각각 '기증'과 '환수'라는 표현을 나누어 쓰는 '관용'을 베풀면서 '미덕'을 발휘했다.
일본의 진의를 의심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서울대의 실리위주 결정을 비판하는 소리가 높다.
물론 실리론을 일방적으로 타박할 수만은 없다.
국제적으로 약탈 문화재의 무조건적 반환이 무척 어려운 일이란 점을 생각하면 일단 줄 때 받아놓자는 생각을 탓할 수는 없다.
물론 올해 들어서도 이탈리아가 오벨리스크를 에티오피아에 반환하고,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문화재 여러 점을 이탈리아에 반납했다는 낭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센 반환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약탈 문화재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은 요원하다.
문화재 보존 및 보호를 위해 유네스코는 약탈 문화재의 반환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반환을 성사시키는 것은 인도주의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다.
1993년 한국을 방문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외규장각 도서 반납 가능성을 비쳤을 때 이 제안이 고속열차 판매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반환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반환합의에 이르고도 상대국의 양심과 성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문화재 반환이다.
10여년간의 긴 논란 끝에 합의에 이르고도 러시아 소재 독일 문화재는 아직 반환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실리를 좇아 이루어진 이번 결정을 온전한 마음으로 지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반환 문화재는 다름 아닌 일제강점기에 약탈자들에 의해 자행된 파괴와 약탈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문화재이기에 반환은 단순히 조상들의 값진 유산을 되찾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불행한 과거사를 확인하는 기회이며 적어도 '이웃'의 유산을 둘러싸고 과거에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기증'이란 표현으로 쟁점을 흐리는 도쿄대의 태도에서 반성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다.
약탈에 대한 일말의 도덕적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는 '기증자'의 태도에서 반환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문화재는 한 나라의 문화사적 증거로서 원소유자들의 손에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모든 세계 약탈 문화재들은 원위치로 돌려져야 한다.
그러나 반환을 추진하면서도 역사의식은 결여한 채 "우리의 문화재는 우리의 안방으로"라는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이는 문화재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무조건 원위치로 돌려놓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가져와 박물관 속에 모셔둘 유물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오히려 약탈당한 유물 반환을 요구하면서 오스트리아 빈의 한 박물관 앞에서 가망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한 무리의 멕시코인들에게서 진정한 문화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지나친 이상론일까? 조속한 성사가 능사는 아니다.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를 통해 문화재는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나아가 문제의 당사자들은 새로운 동반자로서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