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유엔 수장인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22일 뇌졸중(중풍)의 한 종류인 뇌출혈(뇌경막하 혈종)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뇌졸중은 이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가장 흔하면서도 무서운 질환이다.

'소리없는 저승사자'로 불리는 뇌졸중은 일단 발병하면 원상태로 회복이 어려워 사전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뇌졸중은 원인에 따라 징후가 다양해 가족은 물론 본인조차 알기가 쉽지 않다.

뇌졸중이 속한 뇌혈관질환은 암,심장질환과 함께 한국인의 3대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2000~2004년)에 따르면 하루평균 9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발병

뇌졸중은 뇌혈관에 문제가 있어 뇌손상이 생기는 병이다.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일어나고 막히면 뇌경색(뇌허혈)이 된다.

뇌출혈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뇌혈관 질환은 고혈압성 뇌출형,뇌동맥류,뇌혈관기형 등이 있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동맥경화증이나 심장질환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난다.

뇌출혈은 뇌 내부의 혈관이 터져 생기는 경우와 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있다가 뇌 내부를 눌러 터지는 경우가 있다.

뇌출혈이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 터진 뇌혈관 부위를 막아야 한다.

뇌경색은 혈관이 동맥경화증 등에 의해 좁아지거나 심장과 같은 곳에서 만들어진 피딱지(혈전)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혈관을 막아서 생긴다.

이 또한 치료에 있어서 시간을 다툰다는 점에서 심장마비와 같다.

허승곤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출혈이든 뇌경색이든 발생하면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는 것이 급선무"라며 "특히 뇌경색은 뇌 속에 피가 안 통하면 점차 뇌세포가 죽게 되므로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신체마비 등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갑작스런 마비,심한 어지럼증 느끼면 의심을

뇌졸중 증상은 물론 종류에 따라 신호가 다르게 나타난다.

대부분 갑자기 쓰러지거나 '어지럽다' 또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이 파열됐을 때는 평소에 전혀 증상을 느낄 수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

다만 약간의 출혈이 있을 경우에는 머리가 쪼개지는 것처럼 아프고 때로는 메스꺼움이나 구토 등이 함께 나타나다가 1주일 후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사전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1주일 후 증상이 없어지면 괜찮은 줄 알고 지나치는 수가 있다.

평소처럼 조깅을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거나 용변볼 때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주는 상황에서 혈압이 오르면서 뇌 속에 출혈이 생기게 된다.

이 때 망치로 머리를 두드리는 것처럼 머리가 몹시 아프면서 의식을 잃게 된다.

또 이유없이 한쪽 눈꺼풀이 처져 감기고 눈동자가 커질 때에도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뇌졸중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더라도 언어장애 등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남선우 대전선병원 신경과 과장은 "뇌졸중은 조기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일반적으로 발병 후 첫 한 달 내에 재발확률이 가장 높아 환자의 1~4%가 이 기간 안에 재발하고 1년 안에 5~25%,5년 내 약 20~40%가 재발된다"며 "2차 예방치료를 통해 재발률을 낮추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공포의 뱃살 뇌까지 공격

비만이 성인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비만한 사람은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의 확률이 아주 높다.

대사증후군은 동맥경화 고혈압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위험한 성인병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으면 뇌졸중은 물론,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도 있다.

세란병원이 뇌졸중 진단을 받은 환자 3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67%(210명)가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 170명의 56%,여성 144명의 80%가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었다.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뇌졸중은 단순한 고혈압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담배 술 스트레스 운동부족에서 시작된 비만이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나타나게 된다"며 "뇌졸중 증상이 없더라도 대사증후군유발인자를 갖고 있다면 조기 검진을 통해 뇌졸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 뇌졸중 위험 줄이기 위한 건강수칙 ]

-늘 혈압을 재어보고 고혈압을 조절하라.

-담배를 끊어라.

-당뇨를 철저히 관리하라

-과도한 음주는 삼가야.

-동물성 기름기,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먹어라.

-일주일에 4일은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하라.

-일년에 한번은 정기검사를 받아라.


[ 뇌졸중 예방 10계명 ]

1.본인의 강력한 의지로부터 출발한다.

2. 40대부터는 예방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3.하루 30분씩 일주일 3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한다.

4.과식하지 말고 짜게 먹지 않는다.

특히 기름진 음식은 피한다.

5.담배는 무조건 끊어라.

6.술은 금주가 원칙이다.

마시더라도 한 두잔으로 끝낸다.

7.의사의 처방약은 성실히 먹는다.

8.스트레스는 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푼다.

9.이 같은 예방책을 평생 계속해야 한다.

10.뇌졸중의 증상과 조치법을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