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자동차 부문 공식후원사인 현대자동차가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막식을 비롯한 각종 공식행사에 정몽구 회장을 초청했지만 정 회장의 참석이 불가능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4일 "FIFA가 월드컵 개막과 함께 치러질 각종 행사에 공식후원사인 현대차를 대표해 정 회장이 참석해줄 것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내왔지만 구속수감 중인 정 회장이 참석할 수 없게 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FIFA가 정 회장의 참석을 요청한 행사는 오는 7~8일 뮌헨에서 열리는 FIFA 총회와 9일로 예정된 개막전 등이다. FIFA 주최 공식행사는 FIFA 집행위원과 각국 축구협회장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구성된 15개 공식후원사의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초대형 이벤트다.

이와 별도로 8일 뮌헨 올림픽공원에서 열릴 '현대 굿윌볼 로드쇼 피날레' 행사도 정 회장 없이 진행하게 돼 행사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 행사는 본선 진출 32개국의 승리 염원 메시지를 지름 4m 크기의 대형 축구공에 담아 전시하는 것으로 정 회장과 제프 블레터 FIFA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구속된 데다 김동진 부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대부분 검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출국금지된 상황이어서 월드컵 행사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월드컵 마케팅 활동을 사실상 중단해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현대차는 당초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를 제치고 월드컵 독점 후원사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정 회장이 직접 월드컵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면서 전 세계에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알릴 계획이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