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마천루 건설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1일자)에서 아시아와 중동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높이가 수백m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 건축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493m 높이의 101층짜리 상하이 세계금융센터가 대표적인 초고층빌딩이다.

이 센터가 완공되면 1998년 쿠알라룸푸르에 지어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2004년 준공된 타이베이의 TFC 101(508m)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명물이 된다.

중동의 두바이는 705m짜리 초고층 건물인 버즈 두바이를 2008년 완공해 TFC 101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 높이 건물의 타이틀을 빼앗겠다고 벼르고 있다.

버즈 두바이는 삼성물산이 공사를 맡았다.

골드만삭스도 뉴욕 맨해튼에 올해 완공을 목표로 초고층 본사 건물을 짓고 있으며 롯데그룹도 잠실에 112층(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건축을 추진 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엠포리스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고층빌딩이 전 세계 마천루의 약 8%를 차지할 정도로 아시아와 중동을 비롯 세계적으로 고층빌딩 건축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건물 높이 기준 세계 200대 고층빌딩의 40%가 2000년 이후 지어진 것이란 점도 최근 마천루 건축 붐을 잘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는 고층빌딩이 증가하는 이유로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모험적인 투자 △사세 과시를 위한 유명 기업들의 초고층 사옥 선호 △정부 주도의 고층건물 건축 사업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마천루를 세워 큰 수익을 올리려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투자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건축자재 엘리베이터 등 관련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과거엔 건축가들의 상상에만 머물렀던 고층빌딩을 실제로 지을 수 있게 된 것도 고층빌딩 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처럼 마천루의 기술적인 장애물은 사라졌지만 부동산 시장의 부침은 건설업자들의 최대 걸림돌로 남아 있다.

고층빌딩의 대명사로 통하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경제불황이 절정에 달했던 1934년 준공돼 25%가 넘는 공실률로 '엠프티(empty:빈) 스테이트빌딩'이란 별명을 얻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코노미스트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도 아시아 외환위기 와중이던 1998년에 완공돼 높은 공실률로 고생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고층빌딩의 멋진 이면에는 막대한 투자에 따른 대규모 손실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