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경제정책 기조 변경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경제전문가들이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원회 의장 등 여당 내 경제통 의원들이 청와대와 정부에 기존 경제정책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경제회생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 △섣부른 증세 추진 등 3대 경제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이를 타개하려면 근본적인 경제정책의 수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부터 살려라"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경기 회복을 막연히 낙관한 채 분배에만 치중하다가 경제 회생에 실패했다며 앞으론 경기를 되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병삼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참여정부 이후 한 번도 우리 경제가 제대로 된 성적을 보여준 적이 없는 데도 정부는 이념 문제에 치우쳐 경제를 외면했다"며 "경제가 어려운데 분배정책에 치중한 것도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최근 몇 년간은 왠지 성공한 기업이나 개인들이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사회 분위기였는데,그래선 경제가 되살아날 수 없다"며 "성공한 기업이나 개인을 우대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개혁과제를 챙기면서도 단기적으론 경제를 살리는 데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재검토해야"

'10·29 대책' '8·31 대책' '3·30 대책' 등으로 대표되는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도 대부분 국민의 불만만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강남 사람들은 과도한 세금 부담 때문에,비(非)강남 사람들은 집값을 제대로 못 잡았다는 이유로 불만이 크다"며 "결국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고소득층 서민층 또는 보수층 진보층 어느 쪽으로부터도 뚜렷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잡지도 못할 강남 집값 대책에 집착할 게 아니라 꼭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역량을 모으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청와대가 최근 제기한 '버블 세븐'론이야 말로 패착이었다"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접근보다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금만으로 해결 안돼

조세정책과 관련,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는 "원래 세금 인상은 조용히 추진해야 하는데 정부가 너무 떠들면서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의 뇌리에 세금이 늘어날 것이란 인식을 심었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세금으로 모든 경제문제를 풀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증세를 얘기하는데,철저한 고민과 책임감이 결여된 것 같다"며 "불확실한 화두만 던져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전문성과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병석·박준동·김동윤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