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79년 8월24일.나폴리에서 12km 떨어진 베수비오산 기슭 휴양도시 폼페이의 거리엔 활기가 넘쳤다. 며칠 째 땅이 흔들리고 산에선 연기가 솟았지만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16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낮 12시께 굉음과 함께 화산이 폭발,도시는 그대로 잿더미에 묻혔다.'

기록에 따르면 폼페이가 화산재 속으로 사라진 건 오후 4시.아름답고 생기 가득하던 도시가 불과 4시간 만에 지구상에서 종적을 감춘 셈이다.

17세기부터 드러난 폼페이 유적은 사람들을 다시 한번 경악시켰다.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이 앉거나 선 그대로 화석처럼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화산 폭발과 지진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20세기만 해도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95년 일본 고베에 대지진이 발생,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21세기엔 더욱 잦아져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에 이어 지난해 8월엔 미국 뉴올리언스에 태풍 카트리나,10월엔 파키스탄 동북부에 대지진이 닥쳤다.

천재지변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기만 하다.

오히려 사상자와 이재민 등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진다.

쓰나미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사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면 무엇보다 평소의 의식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건 주목할 만하다.

정보 부족 및 부주의가 피해를 키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진설계 등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위험을 빨리 깨닫고 대응하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세계은행 연차 개발회의(일본 도쿄)에 참석한 교토대 가와타 요시아키(河田惠昭) 교수와 터키의 지진전문가 무스타파 오즈한 야기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한다.

남미와 북미 해안,일본과 동남아,태평양 섬을 연결하는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천재지변에 대한 교육만 중요하랴.환경재앙 전염병 교통사고를 줄이는데도 먼저 조심하고 신경쓰도록 하는 교육이 우선이다.

'위생시설보다 위생의식이 더 문제'라고 하지 않는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