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체감경기(體感景氣)가 급속도로 악화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일 발표된 한국은행의 5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의 87에서 83으로 떨어졌고,6월 전망도 더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날 전경련이 내놓은 6월 BSI 역시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악화될 것으로 집계됐는가 하면 대한상의가 1458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4분기 경기전망 BSI 역시 94로 나타나 경기악화를 예상한 업체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악화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낙관론(樂觀論)으로 일관하고 있어 더 문제다.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를 보면 생산·소비·투자·수출 등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특히 일부 연구기관이 4·4분기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 것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물론 지난 5월의 수출실적이 280억달러로 전년 동월에 비해 21.1%나 늘어 월간으로는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산자부의 발표를 보면 정부입장에서는 그런 분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하반기에 가면 수출도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닌 듯 싶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서비스업동향을 보면 전체로는 전년 대비 6%의 성장을 보였으나 이는 금융보험업종의 호조(好調)에 기인한 것으로 도소매업생산 증가율은 3.4%에 그쳐 3월에 비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수위축의 조짐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 환율하락과 원유가 상승 등으로 실속없는 수출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내수위축이 심화되면 경기회복에는 도움이 안된다.

풍부한 유동성에도 기업투자는 제자리걸음이고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 경제활동의 메커니즘이 고장난 증거다.

정부는 일부 지표를 근거로 낙관론을 펼 게 아니라 고장난 경제운행시스템을 바로잡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