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전사' 스위스 축구대표팀이 갈수록 위협적인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독일 월드컵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와 평가전에서 시종 경기 주도권을 잡은 채 무승부를 일궈냈다.

강한 체력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그라운드를 장악해 나갔고, 패스 성공률이나 볼 점유율 등도 오히려 이탈리아를 앞서며 우세한 경기를 했다.

이탈리아전은 스위스 대표팀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스위스는 지난달 28일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 알렉산데르 프라이-마르코 슈트렐러 투톱을 중심으로 한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날은 프라이를 원톱으로 세우고, 미드필더 다니엘 기각스를 처진 스트라이커로 받치게 하며 공격 라인에 변화를 줬다.

미드필드에는 왼쪽부터 라파엘 비키, 요한 포겔, 리카르도 카바나스, 트란퀼로 바르네타가 포진했다.

카바나스와 바르네타는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를 혼란시켰다.

포백라인은 좌우에 루도비치 마그닌과 필리프 데겐, 중앙 수비에 필리프 센데로스와 요한 주루가 선발 출전해 호흡을 맞췄다.

골문은 파스칼 주베르뷜러가 변함없이 스타팅으로 나섰다.

스위스가 이날 보여준 공격 전개 능력은 지난 코트디부아르전보다 더 짜임새가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몇 차례의 원터치 패스 연결로 수비 진영에 있던 볼은 순식간에 최전방으로 투입됐고, 날카롭게 측면으로 빠져들어 가는 윙 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돋보였다.

아드보카트호로선 특히 마그닌과 데겐 등 마치 '윙 포워드 같은' 좌우 풀백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거칠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선수들을 상대해 전혀 밀리지 않는 체력으로 중원을 장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 때 센데로스(190㎝), 주루(192㎝), 마그닌(185㎝) 등 장신 수비수들은 제공권 다툼에 가세해 공격에 힘을 보탰다.

스위스의 약점은 지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지적됐던 수비에서 다시 나타났다.

스위스 수비의 빈틈은 장신 중앙 수비수의 순발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과, 공격적 성향이 강한 좌우 풀백들이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자주 최전방까지 치고 올라가 측면에 빈 공간을 많이 내준다는 데 있었다.

전반 11분 실점 상황은 스위스 수비의 문제를 바로 보여준다.

이탈리아 왼쪽 수비 진영에서 마르코 마테라치가 공을 잡아 측면을 파고든 파비오 그로소에게 연결했다.

그로소가 볼을 몰고가 스위스의 중앙 수비수 뒤로 빠져들어 가는 패스를 내주자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중앙에 주루와 센데로스가 있었지만 이들 뒤로 빠져들어 가는 크로스 한 방에 질라르디노는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키 큰 중앙 수비수들이 공격에 가담한 뒤 역습을 당할 때도 스위스의 수비 라인을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다.

아드보카트호로서는 빠른 공격 전개 능력과 상대 측면을 활용한 공간 침투 패스,윙 플레이어들의 보다 정교한 크로스 등을 보다 더 세밀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