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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희망의 정치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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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주 < 시인·문학평론가 >

    뜰에는 모란꽃이 만개하고,산에는 이팝나무가 하얀 꽃을 피웠다.

    어느덧 초여름의 기운이 느껴질 만큼 이마에 닿는 땡볕이 따갑다.

    그 땡볕 속을 걸어서 동네 인근 초등학교 분교에 마련된 투표장에 다녀왔다.

    오후 6시가 되자,마침내 막은 내렸다.

    각 방송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하고,야당은 압승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지난 총선과 대선이 부패와 구태의연한 정치 관행을 바꿔 보려는 유권자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의 바람을 타고 현 정권이 집권한 것이라면,이번 선거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인 집권 세력에 민심이 등을 돌리고 야당은 거기에 따른 반사 이득을 알뜰하게 표로 챙겨 승리한 것이다.

    먼저 참패한 집권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민심의 표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그동안의 정치 궤적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흐트러진 옷깃을 여미며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실 이번 선거가 각 당의 정책과 공약,후보자들의 됨됨이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성난 민심이 집권세력을 심판하는 '바람 선거'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

    누구나 '바람'의 성격과 향방을 알고 있었기에 집권당의 참담한 몰락이라는 선거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결과는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 이반(離反)이 그대로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이번 선거 결과에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바람 선거'의 폐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인적 자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현실 정치의 저편으로 유실되었다는 사실이다.

    집권세력이 그동안 추진한 경제·사회·정치적 아젠다가 크게 잘못된 방향을 잡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의욕 과잉이 이상주의로 기울면서 '생물 정치'의 흐름들을 놓친 게 큰 실수였다.

    아울러 소수 정권의 한계를 그대로 노정하며 통제 메커니즘의 장악에도 취약함을 드러냈다.

    여러 정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증오와 배제의 원리만 도드라졌고,사안마다 이해가 엇갈리는 집단의 심한 반발에 부딪쳤다.

    사회의 여러 계층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의 조정 기능은 미흡했고,그에 따라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의 분열의 골은 커졌다.

    한마디로 사회적 조건의 불평등은 전보다 확실히 더 깊어져 전반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이 추락했다.

    아마도 압승을 거둔 야당은 승리를 쟁취했다는 기쁨으로 상당히 고무되어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된 국민 정서가 정치 환멸,혹은 정치 무관심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투표한 사람과 거의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이들이 투표라는 국민의 참정권을 방기한 데는 정치 전반에 대한 염증과 환멸감 때문이다.

    압승한 야당이 실패한 집권세력의 확실한 대안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입증해내지 못한다면,다시 말해 현실적인 대안과 비전을 내놓는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염증과 무관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 병증을 치유해야 할 의무는 집권당만이 아니라 야당에도 있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집권당이나 한나라당이 겉으로 드러난 '색깔'의 차이는 작은 데 반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인정하고,시장경제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은 크다.

    두 당이 그 색깔과 방법적 작은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다 함께 잘 사는 풍요와 민주주의,그리고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공동체의 합의를 깰 수는 없으리라고 본다.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게 정치의 소임이고,정치가에게 맡겨진 숭고한 의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공인들은 쩨쩨하게 뇌물이나 받고 이권에 끼어들어 뒷돈을 챙기지 말고 부디 희망의 정치,기쁨의 정치를 펼치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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