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55년 만에 남북을 다시 연결하려던 경의·동해선 열차가 끝내 군사분계선을 넘는 데 실패했다.

북측은 군사적 보장조치 미흡과 남한의 불안정한 정국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으나 북측의 행사 주체가 군부 설득에 실패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남측의 경공업 원자재 지원을 전제로 이번 임시열차 운행이 추진된 만큼 향후 남북 경협에서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북한 군사 당국 설득에 실패

통일부 당국자는"우리뿐 아니라 북측도 수천명을 동원해 개성역을 정비하고 지난 17~19일 북측 노선에서 시험 운행을 하는 등 준비를 많이 했다"며 "북측 내부의 조율 과정에서 막판에 군부의 입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2~13일 철도 연결을 위한 북측과의 실무 접촉에서'군사적 보장 조치가 취해지는데 따라'라는 조건하에 시험 운행 일정을 받아냈으나 북측 군부는 16일 판문점에서 열린 장성급 회담에서"실무회담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호응해 주지 않았다.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도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행사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 보장이 있어야 구체적인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북측의 일관된 입장이었고 이후 시험 운행의 세부 일정이 확정됐기 때문에 군부와의 합의 또는 조율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전 협정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으려면 상대측 군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지금까지 각종 교류 행사에서 실무 합의로 군부 승인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철도 연결 문제만큼은 북측이 2000년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경의선 연결에 동의한 이래 군사적 보장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시험 운행 일정을 번번이 연기해왔다는 점에서 정부가 지나친 낙관론으로 행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 경협에 찬물

통일부는 "큰 틀에서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대화와 향후 일정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난데없는 말바꾸기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고 야당의 견제가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 지원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공업 원자재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18~19일 북측과의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급 실무접촉에서 의류 신발 비누 원재료를 북측에 제공하는 데 합의한 것은 이번 열차 시험 운행에 대한 대가 성격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