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채권단 공동관리체제에서 벗어나 25일부터 독자 경영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001년 3월 채권단의 출자전환 결정 이후 5년 2개월만이다.

공교롭게도 25일은 회사 설립 59년째 되는 날이라 현대건설로서는 완전 경영정상화를 이룬 감회가 더욱 크다.

채권단 공동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법적으로 자율 경영권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이 채권단 공동관리체제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3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경질로 촉발된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과 현대투신의 유동성 위기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금융권의 여신회수와 신규대출 축소 조치가 잇따르면서 그룹의 '맏형'격이던 현대건설 역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자금난에 빠져드는 등 혹독한 시련이 시작됐다.

이라크를 비롯한 국내외 대형공사의 미수금 등으로 누적된 부실이 2조원을 넘어 차입 의존도가 높았던 당시의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의 연속이었다.

2000년에만 네차례 자구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 해 10월 1차 부도가 발생하자 현대건설 채권단은 결국 2001년 5월 18일 감자와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채권단 공동관리체제(워크아웃)라는 운명을 맞게 된 것.부동의 1등 건설사로 자타가 공인하던 현대건설의 2000년 적자규모는 무려 2조9805억원,차입금은 4조4833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워크아웃 기업 현대건설은 2001년 8월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유상증자로 차입금을 대폭 줄이고 대대적인 영업확대 전략을 구사하며 재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때마침 찾아온 주택경기 호황 등과 맞물리면서 2003년 254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3265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2001년 788.6%에 이르던 부채비율도 지난해말 현재 289.4%로 대폭 줄였고 올 1분기에는 273%까지 끌어내렸다.

지난해 8월에는 이 회사가 보유 중인 충남 태안의 서산간척지가 태안기업도시로 선정돼 미래를 위한 성장기반도 마련해 뒀다.

2000년말 1200원선에 불과하던 주가도 최근에는 4만6000원선으로 올라있는 상태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경영정상화를 이룬 만큼 전 임직원과 합심해 수주 극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명실상부한 1위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를 해외건설 27억달러 등 모두 8조3000억원으로,매출은 5조685억원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높여잡았지만 워크아웃 졸업 등에 힘입어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으로 자금집행 때 채권단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율경영이 가능해 진 데다 해외건설시장 등 대외 신인도와 주택 등 민간부문의 영업경쟁력 역시 더욱 높아져 지난해보다 더 좋은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