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참여정부 들어 세번째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회의가 어제 청와대에서 열렸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발전모델을 토대로 협력범위를 10대 그룹에서 30대 그룹으로, 1차 협력업체에서 2차 협력업체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상생협력을 비정규직,저출산 문제 등도 포괄하는 사회발전전략으로 확산시키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상생협력위원회를 설치해 각 부처 사업을 총괄 조정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한마디로 정부가 상생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도(意圖)로 풀이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굳이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 30대그룹은 상생협력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발표했다. 고유가 환율하락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대기업들로선 적지않은 규모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대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경영전략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기업의 상생협력 투자가 중소기업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상생협력이 대기업에 대한 역할 주문에만 치중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상생협력 발전모델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역량개발 지원,신뢰 구축, 열린 기업생태계 조성 등 3요소를 제시했지만 지금의 중소기업 문제가 오로지 대기업 탓만도 아니고,상생이 필요하다고 해도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불공정 하도급(下都給) 거래 등은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중소기업의 자생력,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 한 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모든 문제를 상생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스럽다. 상생협력을 비정규직 문제, 저출산 대응을 위한 보육시설 확충 등 사회발전전략으로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이들 문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자칫 상생협력을 내세워 잘못 접근하면 대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떠안김으로써 투자만 위축(萎縮)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상생협력의 장을 깔아 주고 그 위에서 자발적인 협력이 유도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투자가 죽으면 상생협력은 아예 기대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의욕을 살리고 투자를 촉진하는데 보다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