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 한국정보통신대 교수 >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문제는 여러 면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경제학적 측면에서는 공공재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서비스는 콘텐츠가 한 방향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지기 때문에 서비스의 일방성(one-way)과 소비자의 수동성에서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이로부터 방송의 공공성이 기인한다는 것이 전통적 개념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일단 방송채널이 무수히 많아졌고 서비스제공 비용도 저렴해졌다.

또 인터넷 DMS 등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으며 VOD,IPTV 등 쌍방적(two-way) 방송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어 사실상 공공재적 성격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7월로 예정된 SO들의 기간통신사업자 지위 획득이나 IPTV 시범사업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사업자들의 통신사업 진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통신사업자들의 방송사업 진출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바로 방송의 공공재적 성격이 자리잡고 있다.

아직 방송에 공공재적 성격이 남아 있어 통신과 완전히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고는 볼 수 없지만,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의 정태적 시각에 의존해서는 결코 통방융합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첫째,양자 간에 미래지향적 공정경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즉 통신과 방송간 교차진입이 마련돼야 한다.

통신은 기술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나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통방융합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서비스 진입이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미 위성DMB,신문매체 등 방송사업자 이외의 사업자들에 의해 방송서비스 진입이 사실상 이뤄지고 있어 이를 막을 명분도 약하다.

둘째, 7월부터 SO가 기간통신사업자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SO들의 결합서비스 판매를 한시적으로 유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서비스로서의 방송과 통신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송은 거의 지역 SO들에 의해 독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반면 초고속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서비스는 매우 경쟁적으로 돼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SO의 TPS(Triple Play Services) 제공 등 방송과 통신서비스의 결합서비스는 방송시장에서의 독점력을 경쟁시장인 통신시장에 전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정태적 효율성보다는 동태적 효율성을 지향하는 정책을 견지하는 것이 시장에 도움이 된다.

시장은 유동적이다.

통신시장이 다소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WiBro,DMB,HSDPA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아직 초창기에 있고 VoIP,IPTV 등 시장구조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서비스들이 수면 아래에 잠재돼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힘의 균형이라는 정태적 효율성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시장의 지속적 성장이라는 동태적 효율성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정책기조가 필요하다.

넷째,통방융합의 대승적 해결을 기대한다.

양자 간 주도권 싸움이 되지 않도록 서로 한 발짝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방융합 관련 규제의 틀은 형식보다 내용에 관한 합의 도출이 중요하다.

통신이든 방송이든 경제기술 규제와 문화정치 규제로 나누어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관련해서는 경제기술 규제에서 담당하고,문화정치 규제는 현행 정보통신윤리위원회나 방송위원회의 기능을 수용하되 필요에 따라 서비스 내용을 구분해 규제하면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보급 국가가 된 것은 규제당국이 규제보다는 기업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여건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