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수급 부재 속에 추락을 거듭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주말 해외 증시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동반 급락세에서 벗어나 진정 국면을 보였음에도 국내 증시는 매수 기반이 붕괴된 가운데 또다시 급락세로 새로운 한 주를 열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강보합으로 출발한 뒤 오후 들어 외국인 매물이 확대되며 33.70포인트 급락한 1,338.59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1,366선에 걸쳐있는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 추가 하락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코스피지수의 낙폭이 확대되면서 약세로 반전, 14.86포인트 하락하며 643.70으로 마감했다.

◇기술적 반등도 무산 = 증시 내부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가파른 조정을 받은 만큼 이제는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를 비롯한 해외 증시도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하는 등 주변 여건도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이 `팔자'를 지속하고 기관도 이에 가세하면서 오후 들어 지수 낙폭이 확대되면서 1차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36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특히 연기금이 스위칭 매매(현물 매도, 선물 매수)를 재개하면서 지수 낙폭을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반등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압박 요인으로 존재하는데다 외국인이 계속 팔고 있어 또다시 급락장세가 연출됐다"면서 "기관투자가가 외국인 물량을 받아주지 않고 함께 매도에 동참하고 있어 당분간 약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팔고 또 팔고' =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9천300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한 외국인은 이날도 1천억원이 넘는 매도 공세를 펼쳤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팔자'를 지속, 베이시스를 악화시킴으로써 현물시장에서 1천321억원의 프로그램 매도세를 유발했다.

이에 따라 기관도 이날 500억원에 가까운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증시 안전판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아시아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정책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 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해외 자금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 되면 외국계 펀드가 환매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며 "외국인 매매의 추세적 특성과 최근 해외 주요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으로 판단할 때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완전히 종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300선 지지될까 =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30일 이후 처음으로 1,330선으로 밀려남에 따라 이제 1,300선 지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2월1일(1,305.98) 1,300선에 올라선 뒤 단 한번도 이를 하향 이탈한 적이 없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애널리스트는 "조정 가능성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수 1,300선 지지 여부가 시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1,300선이 그동안 네차례나 지지력을 확인한 바 있는 등 나름대로 견조한 지지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1,300선 정도까지의 지지력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환율, 유가 등 종전에 하락을 촉발했던 요인들이 다소 안정되고 있어 1,300 초반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중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므로 상승 추세 훼손은 기우라고 본다"면서 "다만 지수가 바닥을 찾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겠으나 상승 모멘텀이 없어 바로 상승추세로 복귀하지는 못하고 바닥을 다지는 상태가 좀더 지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