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이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기업 주주가 비상장 자회사 임원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하는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경영환경이 어렵기 짝이 없는 마당에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또다시 새로운 규제(規制)를 만들려는 정부의 태도는 정말 납득하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규제를 남발하는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9계단이나 추락한 상황 아닌가.

불요불급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 기업들이 마음놓고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기업을 더욱 옥죄려고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암담하다.

더구나 이중대표소송은 주식을 직접 소유하지 않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주주가 해당 회사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주주대표소송과 달리 제3자에 의한 경영권 침해임이 분명하다.

물론 시민단체들은 이를 도입해야 비상장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외국에서도 도입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상법상의 주주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올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소급적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과거의 일까지 들춰내가며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문제에 일일이 개입한다면 기업운영에 얼마나 막대한 차질이 초래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닌가.

게다가 재산권에 대한 소급입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헌법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 분명하고 보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존폐(存廢)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될 경우에 대비한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설령 그런 의도라 하더라도 이는 결코 옳은 대응방법이 아니다.

규제를 폐지한다고 하면서 그것을 대체할 또 다른 규제를 만든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업들이 요구해온 경영권보호장치는 외면하면서 소액주주의 권익만 과도하게 보호한다면 그것은 기업 숨통을 한층 조이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정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기업활동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