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꼭짓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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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에나 유행어가 생긴다.
'강추(강력추천)'같은 신조어가 퍼지기도 하지만 기존의 보통명사가 뜨기도 한다.
'화두(話頭)'의 경우 거의 쓰이지 않던 단어인데 최인훈씨의 소설이 히트치면서 유행어가 됐다.
책이 나온 게 1994년인데 지금도 자주 사용되니 유행어가 아니라 애용어가 된 셈이다.
2006년의 유행어 내지 화두는 '꼭짓점'이다.
수학시간에 배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잊혀지다시피 했던 말인데 '꼭짓점 댄스'가 번지면서 일상용어로 되살아났다.
꼭짓점 댄스는 배우 김수로씨가 1월 말 TV에서 선보인 춤.피라미드처럼 늘어선 사람들이 꼭짓점에 선 사람을 따라 추는 데서 붙여진 것이다.
발을 쿵쿵 찍은 다음 양팔을 안팎으로 펴며 한 바퀴 돌고,한 팔을 쭉 뻗으며 양 옆으로 이동하고,마름모 형태로 움직이는 세 가지 동작으로 이뤄져 있다.
독일 월드컵 응원춤으로 삼자는 움직임과 함께 인기를 끌면서 각종 행사장에서 빠지지 않고,정치인들이 거리에서 추는 모습도 자주 소개된다.
그러더니 재정경제부가 집값,특히 서울 강남 집값은 "꼭짓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전 같으면 최고점 혹은 정점이라거나 상투라고 했을 텐데 꼭짓점이라고 한 걸 보면 유행은 유행인 모양이다.
삼각형의 꼭짓점은 셋이지만 피라미드와 포물선의 꼭짓점은 하나고 그 다음은 내리막이다.
재경부 세제실장이 말한 꼭짓점은 이런 맨꼭대기의 점을 의미할 것이다.
"부동산은 이제 끝"이라는 말에 수도 없이 속은 사람들은 그래도 "이번엔 혹시나" 한가닥 기대를 접지 않는 반면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 대다수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역시나에 그칠 것"이라며 고개를 돌린다.
집값은 모르겠으나 인생은 예외없이 포물선이다.
높이와 형태가 다를 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꼭짓점은 뒤에 있어도 괜찮다.
올라가는 시간이 길면 힘겹겠지만 일찍 꼭짓점에 섰다 내려가는 시간이 긴 것보다 나을 테니까.
답답해도 서두르거나 포기하지 말고,꼭짓점에 올랐다고 기고만장하지도 말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강추(강력추천)'같은 신조어가 퍼지기도 하지만 기존의 보통명사가 뜨기도 한다.
'화두(話頭)'의 경우 거의 쓰이지 않던 단어인데 최인훈씨의 소설이 히트치면서 유행어가 됐다.
책이 나온 게 1994년인데 지금도 자주 사용되니 유행어가 아니라 애용어가 된 셈이다.
2006년의 유행어 내지 화두는 '꼭짓점'이다.
수학시간에 배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잊혀지다시피 했던 말인데 '꼭짓점 댄스'가 번지면서 일상용어로 되살아났다.
꼭짓점 댄스는 배우 김수로씨가 1월 말 TV에서 선보인 춤.피라미드처럼 늘어선 사람들이 꼭짓점에 선 사람을 따라 추는 데서 붙여진 것이다.
발을 쿵쿵 찍은 다음 양팔을 안팎으로 펴며 한 바퀴 돌고,한 팔을 쭉 뻗으며 양 옆으로 이동하고,마름모 형태로 움직이는 세 가지 동작으로 이뤄져 있다.
독일 월드컵 응원춤으로 삼자는 움직임과 함께 인기를 끌면서 각종 행사장에서 빠지지 않고,정치인들이 거리에서 추는 모습도 자주 소개된다.
그러더니 재정경제부가 집값,특히 서울 강남 집값은 "꼭짓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했다.
전 같으면 최고점 혹은 정점이라거나 상투라고 했을 텐데 꼭짓점이라고 한 걸 보면 유행은 유행인 모양이다.
삼각형의 꼭짓점은 셋이지만 피라미드와 포물선의 꼭짓점은 하나고 그 다음은 내리막이다.
재경부 세제실장이 말한 꼭짓점은 이런 맨꼭대기의 점을 의미할 것이다.
"부동산은 이제 끝"이라는 말에 수도 없이 속은 사람들은 그래도 "이번엔 혹시나" 한가닥 기대를 접지 않는 반면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 대다수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역시나에 그칠 것"이라며 고개를 돌린다.
집값은 모르겠으나 인생은 예외없이 포물선이다.
높이와 형태가 다를 뿐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꼭짓점은 뒤에 있어도 괜찮다.
올라가는 시간이 길면 힘겹겠지만 일찍 꼭짓점에 섰다 내려가는 시간이 긴 것보다 나을 테니까.
답답해도 서두르거나 포기하지 말고,꼭짓점에 올랐다고 기고만장하지도 말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