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답보상태에 놓여있던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에 새로운 광맥을 뚫었다.

해외 메이저 PC(개인컴퓨터) 업계를 대상으로 낸드플래시 대량 공급의 물꼬를 튼 것.삼성 내부에서는 지난해 애플의 '아이팟 나노'에 버금가는 대박이 터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삼성모바일솔루션(SMS)포럼'에서 "앞으로 모든 PC들이 삼성의 SSD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던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으로선 불과 두 달 만에 세계 PC업계를 낸드플래시의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4년 후 4조원대 시장으로 성장

삼성전자가 메이저 PC회사 2곳에 공급하는 'SSD'의 시장규모는 올해 약 5억3800만달러(5000억원) 수준.세계 D램 시장 규모가 248억달러,낸드플래시 시장 규모가 107억달러인 데 비하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하드디스크에 비해 가격이 두 배가량 비싸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PC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4년 후인 2010년이면 SSD 시장은 45억달러(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부터 SSD를 탑재한 노트북이 출시되면서 2008년이면 하드디스크 시장의 30%를 대체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2의 낸드플래시 대박' 눈앞

삼성전자는 이번 공급계약으로 지난해의 '애플효과' 이상의 특수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플효과'는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 나노'에 낸드플래시를 대량 공급하면서 최대의 호황을 맞았던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이후 애플의 '아이팟 나노'에 버금갈 만한 대량 공급처를 찾지 못해 고민해 왔다.

더욱이 올 들어 낸드플래시 가격급락으로 지난 1분기에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번 공급계약을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돌파구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하락 일변도였던 낸드플래시 가격이 최근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4월 중 전달에 비해 30%나 떨어졌지만 이달 들어 5% 정도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PC시장 재편 불러올 듯

업계는 이번 삼성전자와 PC업체 2곳과의 공급계약 체결로 인해 향후 다른 PC업체들도 낸드플래시 탑재형 노트북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 도시바 등도 PC용 반도체 양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세계 PC시장은 급속도로 낸드플래시 탑재형 제품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메이저 PC업체 중 2곳이 낸드플래시를 노트북에 사용함에 따라 애플 HP 델 등 나머지 메이저 업체들도 조만간 제품 개발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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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낸드 PC란 ]

기존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SSD(Solid State Disk)'를 탑재한 PC(노트북 포함)다.

하드디스크에 비해 3배의 읽기속도,1.5배의 쓰기속도를 낼 수 있다.

무게도 하드디스크가 61g인 데 비해 SSD는 15g에 불과해 휴대하기도 편리하다.

전력소모 역시 하드디스크의 5% 정도에 불과하다.

또 기존 하드디스크에 반드시 있어야 했던 모터 등 기계적 구동장치가 필요없어 소음도 적다.

단점은 하드디스크에 비해 가격이 두 배가량 비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두 업체에 이어 다른 업체들이 낸드플래시 탑재형 PC 시장에 뛰어들 경우 가격은 급격히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