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 논설위원 >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밀착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을 짚어보는 학술세미나가 최근 국회에서 열렸다.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동북4성론(東北4省論)'이 사실상의 주제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일본의 독도도발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마당이기도 하다.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 대한 우려가 세미나의 주된 흐름이었다.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현재 북한은 교역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북한시장에서 판매되는 소비재의 80%가 중국제품이다.

북한 에너지의 70%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북한경제가 이미 중국에 예속돼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특히 그동안의 국경무역에서 북한의 도로·항만 개발권과 사용권을 따내는 등 직접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인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이를 무기로 삼는다면 그 위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대로 가다가는 북한이 지린·랴오닝·헤이룽장 등 중국 동북지역 3성에 이어 네 번째 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나친 비약이고 극단적이기까지 한 기우(杞憂)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만 할까? 동북4성론이 경제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다른 표현이라는 음모론적 해석은 어떻게 봐야 할까.

동북공정은 고조선 이래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를,중국이 지금 자국 영토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자신들의 것으로 규정하는 작업이다.

북한의 붕괴나 남북통일 등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말할 것도 없이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만주지역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 경우다.

만에 하나 중국이 원대한(?) 계획 아래 과도기 한반도에 대한 개입 여지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布石)이라면…더구나 경제적으로 북한은 벌써 중국에 지배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서운 시나리오다.

물론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구 소련의 동구권 속국화 같은 일이 가능하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의 영토 야욕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일본이 을사늑약(乙巳勒約)을 강제했던 1905년,자기네들 멋대로 만든 시마네현 고시 40호라는 종이 쪼가리 한장으로 역사적 연고권이 전무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침탈까지 기도하고 있는 마당이다.

센가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의 분쟁도 마찬가지다.

동북4성론을 소설(小說)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한·미동맹이 삐걱거리는 사이 북한이 스스로 경제난을 비롯한 체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일시에 와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면,우려가 현실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비록 잠재적이지만 이 같은 엄청난 상황이 닥칠 가능성에 대해 우리 지도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같은 맥락에서 대북정책의 그랜드 플랜은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그저께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 방문길에서 언급한 "북한에 많은 양보와 함께 조건없이 제도적·물질적 지원을 하겠다"는 얘기를 두고 정부내에서조차 진의(眞意)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어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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