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1일 사내 통신망에 글을 띄워 최근의 심경과 그룹 경영권 사수 의지를 밝혔다.

현 회장은 이날 '사랑하는 현대그룹 임직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계절은 여름을 재촉하는 초록의 싱그러움이 더하지만 지금 제게는 꽃들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고 그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2년 만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상선 지분 인수는 명백한 현대그룹 인수합병(M&A) 시도라고 못박았다.

현 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뒤로 하고 현대호의 선장이 돼 어려움을 겪을 때 시삼촌인 KCC 정상영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뺏기 위해 비수를 겨눴다"며 "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회장은 적통문제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맞받았다.

그는 "저도 정씨 집안으로 시집와서 30년의 세월을 살았고 저의 자식 모두가 고 정몽헌 회장의 자식들이며 모두가 정씨"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회장은 "저는 고 정몽헌 회장이 남긴 거액의 부채를 상속받아 친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부채를 상환하느라 힘이 들었다"며 "그러나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씀처럼 굳건히 현대그룹을 지키겠다"고 글을 맺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