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서구 탄방동의 '5·5춘천닭갈비' 주인 김보영씨(48).

그는 24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닭갈비 집을 창업한 지 2년여 만에 7개 체인점을 거느린 사업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춘천과 대전 일대에서 사오정(45세 정년)세대 '탈셀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 창업준비생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김씨는 강원도청을 중심으로 지방공무원으로 20여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늘 회의가 많았다. "무엇보다 봉급이 적었어요. 가족에게 잘 해주고 싶었지만 늘 주머니가 비어있는 게 한이 됐습니다."

'불혹을 넘기면 반드시 독립한다'고 결심한 그는 장사 안목을 키우기 위해 틈만 나면 서점을 찾아 관련 서적을 읽고 인터넷도 샅샅이 뒤졌다.

소자본 창업과 관련된 경제신문 기사도 빠짐 없이 챙기며 꼼꼼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이 잡히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직장동료들과 함께 유성온천에 갔다가 대전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바로 이거다'싶은 것을 발견했다. "두부두루치기와 매운 칼국수 등 유난히 매운 음식을 즐기더군요.

이때 번뜩 떠오른 게 춘천 고향음식인 매콤한 닭갈비였습니다."

막상 결심을 했지만 평생 공무원생활을 해 온 김씨에게 창업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양념과 재료를 모두 대주는 춘천에 본사를 둔 모 닭갈비체인의 가맹점을 열었다.

2004년 5월5일 닭갈비 집을 시작한 김씨의 창업자금은 임대보증금과 집기 구입 및 인테리어 비용을 합해 8000만원이 전부였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대전지역에는 이미 닭갈비 집이 많이 있는 데다 대전에선 춘천만큼 닭요리를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3개월에 걸쳐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달콤하면서 약간 매운 맛이 특징인 원조 춘천 닭갈비는 대전사람들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지화에 성공하려면 우선 지역민들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간단한 이치를 간과했던 거지요.

좁은 땅 덩어리에서도 지역 간에 입맛 차이가 크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이때부터 손님이 없는 새벽에 매일 가게로 출근,직접 소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주방에서 손을 불어가며 6개월 가까이 연구에 몰두했다.

소스와 씨름하던 그는 고춧가루와 마늘즙 양파즙 등 19가지의 양념을 배합한 '5·5닭갈비 양념장'을 탄생시켰다.

현지화된 양념장을 얹은 닭갈비를 선보인 뒤 가게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손님 중에는 "소스에 중독성 있는 약이라도 섞은 게 아니냐"는 농담을 건내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단골이 줄을 섰다.

타지에서 성공을 거두기까지 텃세도 만만치 않았다.

불경기로 주변 상권이 대부분 시들해 있어 인근 상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외지에서 와서 돈을 벌면서 현지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길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체인점을 열어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습니다." 토박이 단골 중에서 가맹점을 내겠다는 사람들을 우선 선정했다. 가맹 공모를 한 지 한 달여 만에 버드네초등학교 앞,둔산여고 앞,노은 2지구,자양동 등 대전시내 일곱군데에 가맹점이 생겼다.

첫달 월매출을 7000여만원이나 올린 가맹점도 생길 정도로 5·5닭갈비 체인은 대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매일 새벽 5시면 출근해서 점포 청소부터 솔선수범하는 김씨는 "'강원도의 힘' 닭갈비가 웰빙바람을 타고 전국 어디서나 먹힐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만 먹히는 음식을 새롭게 만들어 전국적인 시장을 창출하는 것도 요즘 말하는 블루오션이 아니겠느냐"며 크게 웃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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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