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리아가 3년 반 만에 돌아왔다.

더욱 짧아진 머리에 남성용 정장을 입고 나타나서는 4년차 주부라니… '주부'보다는 '소년'이라는 별칭이 차라리 어울리는 그는 그 동안의 공백을 무색하게 할 만큼 예전 그대로였다.

"머리가 짧아서 그런가봐요.

사람들이 하나도 안 변했대요(웃음). 영화 '트랜스포터'의 팬이에요.

주인공 제이슨 스태덤이 검정색 정장 차림으로 출연하는데 저도 따라하고 싶어서 남성용 양복을 맞췄죠. 남자 양복 입어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웃음)."

'단벌신사'로는 활동할 수 없어 남성 정장을 두 벌 맞췄는데 최근에는 독특한 의상 콘셉트에 깊은 인상을 받은 패션디자이너 장광효로부터 남성용 정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9월 발매 예정인 6집에 앞서 소개한 싱글음반에는 남성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눈물샘을 자극하는 여리디 여린 노래들이 담겨 있다.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노래 '엄마…엄마!', 우연히 만난 옛 여인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뒤돌아 뛰었다는 가사의 '눈물이 나서' 등 2곡으로 오래 기다려 온 팬들을 만난다.

◇'사기결혼' 당했다?

공군 대위이자 전투기 조종사와 2003년 11월 결혼한 리아는 이후 남편의 부대가 있는 경남 사천에서 지냈다.

무엇보다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그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숨에 가수 활동을 중단할 수 있었을까.

"사기 결혼이었어요(웃음). 남편이 수원에 있는 1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할 줄 알았는데 결혼 두 달 전 갑자기 사천으로 발령났지 뭐예요.

미리 사뒀던 혼수품들 이삿짐센터 트럭에 부랴부랴 싣고 갑자기 서울을 떠나게 됐어요."

쌀 씻어 밥 안치고 청소하고 빨래하며 남편 뒷바라지했다는 그의 말이 잘 믿기지는 않지만 사천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냈다고 한다.

"노래에 대한 제 애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어요.

그 동안 노래하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았죠. 하지만 남편도 제게는 더할 수 없이 소중했고 남편을 따라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요."

키 187㎝에 몸무게 94㎏의 공군 대위이지만 리아의 남편은 부드럽고 순진한 사람이라고 한다.

컴백에 누구보다 큰 힘이 돼 준 남편에게 리아는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제가 너무나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요.

이제부터 많이 바빠질 텐데 전처럼 챙길 수 없을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한 맘뿐이에요."

3년 반 동안 노래와의 연을 완전히 끊은 건 아니었다.

MBC 드라마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SBS 주말극 '하늘이시여'의 O.S.T 곡을 불렀고 특히 '하늘이시여' O.S.T '내 가슴에게 미안해'는 드라마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님이 O.S.T 중에서도 제가 부른 노래를 특히 좋아하셨대요.

그래서 다른 노래보다 제 노래가 드라마 중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세상의 모든 엄마를 위해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신곡 '엄마…엄마!'는 이 세상 모든 불효자 불효녀의 코끝을 찡하게 하는 노래다.

"어느 날 새벽 집에 들어갔는데 절 기다리던 엄마가 TV를 켜놓고 거실에 잠들어 계셨어요.

젊은 시절에는 너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어 경찰서를 들락거리던 '한 때 껌 좀 씹던 분'이었는데 자식에게 당신의 삶을 바치고 늙어가고 계셨죠. 마술램프가 있다면 엄마를 젊은 시절로 돌려보내 드리고 싶었어요."

엄마에게 바치는 '헌정음반'인 만큼 이번 싱글 재킷은 어머니의 젊은 사진들로 꾸몄다.

뮤직비디오 역시 자신의 어머니는 물론, 이 세상 많은 엄마들의 젊은 시절 사진을 담았다.

"제가 제 노래 뮤직비디오 보고 운 건 처음이에요.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자신을 무한히 사랑해주는 어머니를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래요."

정규 6집 음반은 당초 6월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싱글 음반의 다른 수록곡 '눈물이 나서'로 활동을 좀 더 하다 9월께 선보이기로 했다.

6집에서는 고음보다는 저음 창법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 리아는 귀띔했다.

"팬들이 '왜 이제 왔느냐'고 제 미니홈피 방명록에 글을 남기셨더라고요.

'사람들이 아직 리아를 잊지 않았구나' 싶어 정말 기뻤어요.

신인을 선호하는 가요계 속성에도 불구하고 벌써 데뷔 10년째인 저를 기다려주신 분들을 위해 더 좋은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신기원 기자 lalal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