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 '1세대'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는 슈퍼땅콩 김미현(29.KTF)이 모처럼 순위표 맨 윗줄에 올라서며 부활의 콧노래를 불렀다.

김미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유니온리조트골프장(파72.6천531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진클럽스 앤드 리조트오픈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뿜어내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2002년 2승을 따낸 뒤 2003년부터 올해까지 준우승 두 차례를 포함해 무려 31차례나 '톱10'에 입상했지만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김미현은 이로써 4년만에 통산 여섯 번째 우승 기회를 맞았다.

올들어 1승과 두 차례 준우승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1타 뒤진 2위로 따라 붙었지만 김미현은 "모처럼 잡은 기회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드라이브샷 비거리에서 투어 선수 가운데 최하위권인 김미현은 딱딱해진 페어웨이 덕을 톡톡히 봤다.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은 구르는 거리가 늘어나 짧은 비거리를 벌충할 수 있었고 유리알처럼 빨라진 그린에서도 백스핀을 먹여 세우는 '김미현표 페어웨이우드샷'도 빛났다.

김미현은 "경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윙도 잘 안됐고 퍼팅 감각도 별로였는데 막상 코스에서는 모든 게 잘됐다"고 말했다.

17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오초아가 18번홀에서 한꺼번에 3타를 잃어버린 것도 김미현의 선두 부상을 도왔다.

오초아는 18번홀에서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덤불 속으로 날리더니 벌타를 받고도 빠져나오지 못해 트리플보기를 적어내고 말았다.

1라운드 때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한국 낭자군도 김미현의 단독 선두 부상에 고무된 듯 일제히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했다.

4타를 줄인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6언더파 138타로 3위에 오른 가운데 신인왕 레이스 선두 주자 이선화(20.CJ)는 5언더파 67타를 때려 김미현에 3타 뒤진 4위그룹으로 점프했다.

67타를 친 김초롱(22)이 공동 7위(3언더파 141타)로 올라섰고 김영(26.신세계)도 2타를 줄이며 공동 10위(2언더파 142타)에 자리 잡아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첫날 7언더파 65타의 불꽃타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던 크리스티 커(미국)는 2오버파 74타로 뒷걸음을 걷는 바람에 공동 4위로 물러 앉았다.

한국 선수들의 시즌 4승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로 여겨졌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0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지만 선두에 6타나 뒤져 위협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소렌스탐은 "아무리 해도 좀체 스코어를 줄일 수 없었다"면서 "힘든 하루였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신예 챔피언 3총사 이미나(25.KTF), 김주미(22.하이트맥주), 임성아(22.농협한삼인)는 나란히 4오버파 148타로 하위권으로 처져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은 1타차로 겨우 컷오프를 모면했다.

전설안(25.하이마트)은 5번홀(파3.182야드)에서 5번 우드 티샷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 대회 첫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다.

첫날 그런대로 선전했던 박세리(29.CJ)는 퍼팅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2타를 잃으면서 공동33위로 처졌다.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이 대회에 출전한 13세의 아마추어 다코다 다우드는 이날 10오버파 82타를 치면서 컷오프됐으나 어머니 켈리 조 다우드와 진한 포옹으로 감격적인 이틀을 마무리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