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로 떼돈을 번 미국의 석유재벌들에게 '횡재세'(windfall tax)를 추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주인공은 공화당의 알렌 스펙터 상원 법사위원장과 민주당의 칼 레빈 상원의원 이다.

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 때문에 돈방석에 앉은 메이저 석유업체들에게 '횡재수익세'를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스펙터 위원장은 23일 CNN의 '레이트 이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과당 경쟁을 줄이기 위해 너무 많은 석유기업들에게 사업권을 허용했다"면서 "그들이 담합해 석유공급을 줄이면서 유가가 계속 치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횡재수익세를 추징하거나 석유회사들을 차제에 통합해 미 소비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하루 이틀 사이에 이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겠지만 일부 석유재벌들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 횡재세를 추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4일 현재 미국의 유가는 전국 평균 갤런당 2.90달러를 기록, 유가가 상당히 오른 지난달에 비해서도 15.5%나 인상돼 미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레빈 상원의원도 CNN의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 "조지 부시 대통령이 과도하고 '역겨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석유업체들에게 횡재수익세를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기류와 맞물려 단순한 세금 추징에 그칠게 아니라 석유회사들의 가격 담합 여부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연말에 이어 메이저 석유업체들의 고위관계자들을 의회로 불러 강도높은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의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과 빌 프리스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미 석유회사들의 유가 담합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부시대통령에게 발송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가 직접 나서서 정유회사들의 폭리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정유사들의 수익이 과도한 것인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만간 의회 청문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미 의회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나선 것은 미 석유업체들에 대한 미국민들의 강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현상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에선 아예 석유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유가 인상을 계속 부추기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는 석유업체들의 담합이 어느정도 개입됐을 것으로 미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유가 인상으로 일확천금을 거뭐진 엑손모빌이 레이먼드 회장에게 약 4억달러(한화 4천억원)의 초고액 퇴직금을 지불키로 방침을 정한 것도 미국민들의 반감을 산 원인이 됐다.

ABC 방송 등 미 언론들은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일반 서민들은 고통받고 있지만 적어도 한사람은 불만이 없다"며 레이먼드 회장의 도덕 불감증을 연일 꼬집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