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여파로 현대자동차 그룹의 글로벌 경영 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특히 이번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전략지역에서 추진해 온 공장 신.증설 및 투자 계획이 올 스톱될 수밖에 없어 현대차의 성장 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다 주력 해외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 감소도 현실화되고 있어 현대차의 해외시장 기반이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해외 공장 건설·IR계획 줄줄이 무산

24일 현대차 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체코 노소비체 공장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의 후유증으로 현대차 그룹의 해외 공장 착공식이 취소된 것은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이 체코 현지를 방문한 뒤 본계약 체결과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검찰 수사로 이 같은 계획을 취소했다"면서 "착공식을 언제 개최할지는 체코측과 협의해 추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8억~10억 유로를 들여 체코의 공업도시 노소비체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건립,2008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계획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연이은 해외공장 건설 일정 차질로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을 지난해 20%(74만대)에서 2009년까지 46%(259만대)로 높인다는 글로벌 경영 목표를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다음 달로 잡혀 있던 국내외 IR(기업설명회)도 모두 취소한다고 이날 공식 발표해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해외 판매 목표도 하향 조정

당초 우려했던 해외 판매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이달 초부터 지난 16일까지 현대차 판매량은 1만5616대로 전년 동기(1만7724대)보다 11.9%나 줄었다.

더구나 '원고-엔저'의 이중 환율고가 심화되면서 현대차는 올해 수출 목표까지 낮췄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 수출 목표를 올초 잡았던 목표치보다 각각 3.2%와 10.0%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판매 목표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미국은 10%,유럽은 11%나 줄어든 수치여서 올해 실적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도요타 자동차의 가격이 역전되고 있는 와중에 검찰 수사 여파로 해외 판매 대리점들이 잇따라 주문 물량을 축소하거나 포기해 불가피하게 연초 세운 해외 판매 목표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검찰 수사 장기화로 노조와의 올해 임금협상 일정도 연기키로 했다.

현대차 노조가 25일 올 임금협상 상견례를 갖자고 요청했지만 회사측은 협상 테이블에 나설 교섭 위원조차 구성하지 못해 연기됐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