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와 관련,최태원 회장을 구속하는 등 강경 처리했던 2002년 'SK 사태'를 벤치마킹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판매 비중이 75%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는 내수 위주로 사업을 펼쳤던 당시의 SK그룹과는 판이한 만큼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대외 신인도 및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해외판매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재계 2위 그룹의 총수가 사법처리될 경우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온건론보다는 'SK사태 때도 최 회장을 구속했지만 오히려 투명경영이 확보돼 그룹 지배구조가 개선됐다'는 강경론이 득세하는 분위기이다.

SK사태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는 것으로 마무리됐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2002년의 SK그룹과 2006년의 현대차그룹은 기업의 사업구조상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체 생산대수 339만대의 75.3%인 255만여대가 해외에서 판매될 정도로 해외시장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SK의 경우 그룹의 양대축인 이동통신과 정유가 모두 내수사업인 만큼 검찰 수사 여파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혹시라도 총수가 구속되는 장면이 전세계 언론을 통해 타전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불능의 상태로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SK와 현대차의 또 다른 차이점으로 경영 전반에 대한 총수의 영향력을 들고 있다.

당시 SK에는 '손길승'이라는 전문경영인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었으나 현대차의 경우 정 회장을 대신할 카리스마를 갖춘 경영자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당시 손 회장은 '실세 2인자'였기 때문에 최 회장이 구속됐던 7개월 동안 별 문제없이 그룹을 이끌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야전 사령관 스타일인 정 회장의 부재는 장기 경영공백으로 이어질게 뻔하다"며 "검찰은 이번 수사가 중장기적으로 현대차의 투명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전에 현대차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는 아울러 검찰 수사 뒤 SK그룹이 투기펀드인 소버린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허공에 뿌렸던 점도 검찰이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