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더 세련된'환율방어'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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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환율이 늘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아무래도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자본수지 흑자도 별로 크지 않은데, 환율은 지난해 12월 평균보다 달러당 80원이나 내려와 있다.
정부가 환율방어를 그만둔 재작년 가을에 비해서는 1년 반 사이에 200원이나 내려갔다.
요즈음 미국 경상수지 적자문제와 관련해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거기에서 예외가 돼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고도화돼 환율이 내려가도 수출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우리나라 수출은 아직도 환율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지 어느덧 9년째로 접어들었으나 환율이 지금처럼 내려가다가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무조건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무작정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좋은 투자를 많이 해두는 편이 국부(國富) 축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확대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부실투자가 아닌 한 경상수지를 가급적 적자로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부충격에 노출돼 있는 나라로서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얼마나 유리한 조건인지 모른다.
이를테면 외부충격으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때 내수확장으로 이를 상쇄해 볼 수 있는 여지는 경상수지가 흑자일수록 더 많아진다.
경상수지가 적자라면 내수확장은 더 심각한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할 것이므로 운신의 폭은 그만큼 줄어든다.
'반도체 호황' 직후인 1996년에는 주력수출품목의 국제시세 급락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고 이는 곧 1997년 말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
반면 2000년 IT 버블 붕괴와 더불어 나타난 교역조건 악화는 반도체 호황 직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고 기간도 더 길었지만 경상수지가 충분한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수확장으로 완충해가며 심각한 위기상황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에는 불리하지만 내수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소비나 소비재 및 자본재 수입이 늘어나고 기름값도 싸지는 등 내수에 도움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환율하락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노동과 실물 및 금융자본 가격이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비싸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일어나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단적인 예로 엔화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탈출을 시도했던 1990년대 초반의 일본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일본의 국내 투자활동은 부진해지고 내수경제는 장기간의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환율의 지나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 말고는 뾰족한 장기적 대책이 별로 없다.
그 일환으로 개인들이 해외부동산 취득을 용이하게 해주는 대책도 나왔다.
그러나 이왕이면 좀 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같은 돈이라도 외국에 집을 사서 세를 놓기 보다는 그 나라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대책이 아닐까 한다.
첨단 투자기법을 갖춘 유능한 금융회사를 통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세계 곳곳에 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선진 금융회사가 등장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문제는 정부보다는 금융회사들의 분발을 촉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환율이 늘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아무래도 하락속도가 너무 빨라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자본수지 흑자도 별로 크지 않은데, 환율은 지난해 12월 평균보다 달러당 80원이나 내려와 있다.
정부가 환율방어를 그만둔 재작년 가을에 비해서는 1년 반 사이에 200원이나 내려갔다.
요즈음 미국 경상수지 적자문제와 관련해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거기에서 예외가 돼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산업이 고도화돼 환율이 내려가도 수출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우리나라 수출은 아직도 환율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지 어느덧 9년째로 접어들었으나 환율이 지금처럼 내려가다가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무조건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무작정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좋은 투자를 많이 해두는 편이 국부(國富) 축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자확대를 위해서라면, 그것이 부실투자가 아닌 한 경상수지를 가급적 적자로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부충격에 노출돼 있는 나라로서는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얼마나 유리한 조건인지 모른다.
이를테면 외부충격으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때 내수확장으로 이를 상쇄해 볼 수 있는 여지는 경상수지가 흑자일수록 더 많아진다.
경상수지가 적자라면 내수확장은 더 심각한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할 것이므로 운신의 폭은 그만큼 줄어든다.
'반도체 호황' 직후인 1996년에는 주력수출품목의 국제시세 급락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고 이는 곧 1997년 말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
반면 2000년 IT 버블 붕괴와 더불어 나타난 교역조건 악화는 반도체 호황 직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고 기간도 더 길었지만 경상수지가 충분한 흑자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수확장으로 완충해가며 심각한 위기상황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에는 불리하지만 내수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소비나 소비재 및 자본재 수입이 늘어나고 기름값도 싸지는 등 내수에 도움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환율하락은 국내에서 조달하는 노동과 실물 및 금융자본 가격이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비싸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일어나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단적인 예로 엔화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탈출을 시도했던 1990년대 초반의 일본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일본의 국내 투자활동은 부진해지고 내수경제는 장기간의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환율의 지나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 말고는 뾰족한 장기적 대책이 별로 없다.
그 일환으로 개인들이 해외부동산 취득을 용이하게 해주는 대책도 나왔다.
그러나 이왕이면 좀 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같은 돈이라도 외국에 집을 사서 세를 놓기 보다는 그 나라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대책이 아닐까 한다.
첨단 투자기법을 갖춘 유능한 금융회사를 통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세계 곳곳에 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선진 금융회사가 등장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문제는 정부보다는 금융회사들의 분발을 촉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