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의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포함한 사재 1조원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지 관심이다.

현대차는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대원칙만 정해졌을 뿐 다른 구체적인 사항은 이제 검토단계라고 21일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이를 위해 별도의 복지재단을 설립하거나 현대차와 연관이 있는 재단에 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회장의 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산복지재단 등 범현대가와 관련된 복지재단에 기부했다가는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부금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으려면 재단이 어느 정도 규모는 돼야하지 않겠느냐"면서 "되도록 한 곳에 기부한다는 원칙이지만 1조원의 거금을 관리할 마땅한 곳이 없을 때는 여러 곳에 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조원은 국내 기부사상 최대 규모로, 작년 현대차 기부금 총액(245억원)의 40여배에 달하며 가장 기부금을 많이 낸 삼성전자(1천735억원)의 5배를 웃도는 거금이다.

국내에서 활동중인 규모가 큰 사회복지재단의 연간 후원금 수입 총액은 5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1조원의 거금을 관리할 재단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재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기부를 받는다면 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되도록 한 곳이 아닌 여러 재단에 분산해 기부하는 것이 나을 것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된 돈이라는데 부담감을 느끼는 곳도 있다.

한 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돈일 수는 있지만 돈의 마련과정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터라 부담이 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언제 기부가 이뤄질 지도 아직 미지수다.

현대차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는 출연한 돈을 교육부가 주도하기로 결론이 나는데 두달이 넘게 걸리지 않았느냐"라고 말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어떤 곳에 쓸 것인지도 정하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출발했지만 현대차는 사회복지재단 기부라는 큰 줄기는 잡아놓은 상태여서 삼성보다는 이른 시일내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향후 재판에서 정 회장 부자가 계열사 비자금으로 글로비스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확정되면 지분을 국가에 몰수당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