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바이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소식을 통해 들었던 것처럼 아랍권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는 두바이는 정말 활력이 넘쳐흘렀다.

세계 크레인의 15%가 몰려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로 도시 전체가 온통 공사판이다.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도 즐비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인공섬 개발계획.야자수 모양을 본뜬 팜아일랜드를 세 곳이나 만들고 있었고 300개의 섬을 세계 지도 모양으로 구성하는 더 월드도 한창 조성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올해말 완공 예정인 1차 팜아일랜드를 시작으로 2010년까지 인공섬 공사가 끝나면 현재 74km에 불과한 두바이의 해안선은 1500km로 획기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인공섬에 들어설 빌라와 아파트들이 모두 해안의 절경을 조망하는 별장 지대가 돼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다.

대규모 기업도시도 건설중이고 초대형 쇼핑단지,주택단지,호텔 등도 줄줄이 솟아오르고 있다.

기존 공항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신공항도 새로 짓고 있다.

세계 최고층으로 정확한 높이는 아직도 비밀에 부쳐져 있는 버즈 두바이 빌딩도 건설중이고 사막 한가운데에 대형 실내 스키장이 들어선 곳도 바로 이 곳이다.

팜아일랜드 공사에 투입되는 자금만도 총 6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도시 전체에 쏟아붓는 돈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규모인지는 상상조차 힘들다.

두바이가 이처럼 국토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석유고갈에 대비키 위한 때문이다.

생산량 자체도 많지 않지만 불과 수년 후면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낼 형편이어서 새로운 생존 수단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개발의 동력은 중동지역의 막대한 석유 자금이다.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는데다 법인세와 소득세도 한 푼 없는 점을 의식해 석유 거부(巨富)들을 중심으로 세계의 유동자금이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

특히 9·11테러는 미국에 있던 아랍 자금이 안전지대인 이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이처럼 어마어마한 개발 계획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개발속도는 적절히 지켜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선 의문도 없지 않다.

돈이 대거 풀리면서 이미 두바이 경제엔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과 집세가 수년 만에 배 이상으로 뛰었고 교통체증으로 인해 교통비 부담도 1년 만에 30% 이상 급증했다.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고달파졌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근로자들 중에는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족들은 모국으로 돌려보내고 단신으로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수요가 충분히 창출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현재 추진중인 프로젝트들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연간 관광객수가 어림잡아도 최소한 4~5배 이상 수준으로 늘어나야 할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바다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별다른 역사적 유물도 없고 주변이 온통 사막인 곳에서 그런 일이 가능할 지는 낙관을 불허한다.

두바이의 개발 계획은 그런 점에서 대단한 도전임이 틀림없고 비슷한 여건을 갖고 있는 중동국가들의 변신 가능성을 저울질할 수 있는 거대한 실험장이기도 하다.

두바이의 미래는 참으로 주목된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