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관심사였던 판교 1차 중·소형 아파트 청약이 18일로 사실상 마감됐다.

지난달 29일부터 날수로 꼭 21일 동안 진행된 청약과정에서 인터넷 서버다운 등 우려됐던 대란(大亂)이 없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심 걱정이 많았던 정부도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판교 당첨자는 다음달 4일 발표된다.

그러나 이날 판교 '입성' 티켓을 받을 사람은 모두 9420명.45만명에 이르는 민간 및 주공주택 전체 청약자의 2%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탈락이 불가피해 앞으로 내집마련의 기회를 제공할 '제2의 판교'를 고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판교 청약자가 45만명이라는 것은 수도권 청약 예·부금 1순위자(220만명) 가운데 과거 5년 내에 당첨됐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사람 등 애초부터 청약이 불가능했던 1순위자를 빼면 3명 중 1명 꼴로 청약한 셈이 된다.

더욱이 이들은 한 채에 3억8000만~4억원이나 하는 32~33평형 아파트를 계약 후 10년간 되팔지 못하는 전매금지와 당첨 후 10년 동안 가족들이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는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신청했다.

그만큼 내집마련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이들 중에는 물론 부적격자도 일부 포함될 수 있겠지만,정부가 판교 분양에 앞서 거듭 우려해왔던 대로 청약자 대부분을 '대박에 눈이 먼 투기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번 판교 청약경쟁률이 1000~1500대 1을 넘을 것이라던 전망이 빗나간 것도 이 같은 '오조준'과 무관치 않다.

특히 1순위 청약 마감 하루 전인 지난 17일에야 겨우 신청자를 채운 임대아파트 청약결과는 정부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입주 후 10년 뒤 분양전환받을 수 있는 임대아파트는 이번에 처음 선보인 것이지만,무엇보다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비싸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늬만 임대'라는 지적이 줄곧 따라다녔던 판교식 임대주택으로는 아무리 물량을 늘려봐야 소비자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시장의 메시지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판교 청약에 앞서 큰 진통을 겪었던 분양가 승인과정도 제도적인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다.

당초 예정일보다 닷새나 넘긴 끝에 겨우 시한에 맞춰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던 사태를 그저 민간 분양업체와 사업승인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간 실랑이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런 일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판교 중·대형 아파트 공급 때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부는 판교 같은 주택사업은 이제 해당 지자체의 주민들은 물론 200만명을 넘는 국민들의 관심사라는 점을 주목해 필요하다면 분양가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판교신도시의 핵심 이미지(CI)는 '공간(板)'과 '소통(橋)'의 뜻을 담은 '휴먼 브리지(Human Bridge)'다.

소통이 필요한 것은 주택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수요자,공급자가 시장에서 서로의 뜻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판교에 청약했지만, 입성에는 이르지 못할 98%의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