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갑자기 △외환은행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 7250억원을 국내 은행에 예치하고 △1000억원을 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한편 △국세심판원의 법적 결론이 내려질 경우 스타타워 매각 관련 추징 세금도 납부겠다고 밝힌 것은 펀드별 투자자 명단을 확보한 국세청이 외환은행 주식을 압류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유화책으로 보인다.

버텨봐야 어차피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고,자칫 문제가 생겨 외환은행 매각이 지연될 경우 자신들이 입을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최근 여론이 악화되면서 당국의 과세의지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세청 전방위 압박에 백기

론스타에 무엇보다 부담이 된 것은 펀드별 투자자 명단이 고스란히 국세청에 넘어갔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외국계 펀드 6곳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론스타 3호 펀드와 4호 펀드의 개인 투자자 명단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이를 토대로 론스타 법인이 아닌 3호 펀드 투자자 개인에게 스타타워 매각 관련 소득세 고지서를 직접 보냈다.

국세청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파악했다.

3호와 4호 펀드의 투자자를 분석해본 결과 상당수의 투자자가 겹친다는 사실이다.

3호 펀드 투자자이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투자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4호 펀드를 통해 외환은행에 투자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만약 이들이 세금을 체납한다면 그만큼의 외환은행 주식을 압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현재 고지한 세금의 납기가 대부분 끝나 언제든 압류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주성 국세청장이 지난 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론스타에 대한 조세채권 확보는 자신있다"고 밝힌 것도 투자자 명단 확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세무 전문가는 "각 펀드 투자자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외환은행 주식을 압류할 수 없다는 것은 원론적인 것"이라면서 "론스타 3호 펀드와 4호 펀드의 투자자가 상당수 동일인이라면 압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 명단에는 검은 머리도 들어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한국인이나 재외교포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금을 론스타에 투자하고 론스타가 이 자금으로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심판 신청은 왜 했나

그러면 론스타가 얼마 전 과세근거에 이의가 있다며 국세심판을 신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관계자는 "국제 조세상 불복절차에는 두 가지가 있다"면서 "하나는 국내 국세심판 등 국내 불복절차이고 하나는 국제조세법에 따른 국가 간의 상호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가 펀드의 최종 투자등록지인 벨기에에 상호 합의를 신청했다면 세금 문제가 국제 분쟁화돼 론스타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었지만 국내 불복절차인 국세심판을 택한 것은 사실상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관련 소식통도 "론스타도 국세심판 등 국내 불복절차를 따른다면 국가 간 상호 합의보다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그는 "론스타로서도 이미 배당을 마친 투자자들에게 펀드운용사가 불복절차조차 밟지 않은 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국제심판 신청은 명분용임을 시사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